Ⅰ. 서 론
에너지는 생산 활동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재화이며,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는 구조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실제로 전 세계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에너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산업 부문의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1960년 75만 1,343KTOE에서 2023년 150만 6,830KTOE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IEA, 2025).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확대된 에너지 소비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를 동반하였고, 이는 탄소 배출 확대를 통해 기후 변화와 같은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전 지구적 문제로 인식되면서, 에너지 소비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및 공급망 불안 역시 에너지 수요와 가격 변동성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에너지 관련 연구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에서 태양광, 풍력과 같은 저탄소 또는 무탄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관한 연구이다. 이들 연구는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요인과 에너지 전환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 왔다(Solomon and Krishna, 2011; Reboredo et al., 2017; Song et al., 2019; Rabbi et al., 2022). 둘째는 에너지 소비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에너지 가격과 산출(소득) 변화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로, 에너지 수요 탄력성 추정에 해당한다. 해당 연구들은 에너지 가격 및 산출 변화가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해 왔으며, 최근에도 다양한 자료와 방법론을 활용한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Liao et al., 2025; Priesmann and Praktiknjo, 2025). 다만 기존 연구의 상당수는 국가 단위의 총에너지 소비를 중심으로 분석이 이루어져, 개별 산업 차원의 에너지 수요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본 연구가 주목하는 제조업은 경제성장과 함께 빠르게 확대되어 다수 국가에서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아 왔다. 전 세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기준 약 15%에 달하며(World Bank, 2025), 무역 부문에서도 같은 해 전 세계의 전체 상품 수출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64%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WTO, 2026). 한국의 경우에도 2023년 제조업 사업체 수와 근로자 수는 국내 전체 사업자 수 및 근로자 수 대비 각각 9%와 16%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제조업이 전체의 28%를 차지하여 앞서 제시한 전 세계 평균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국가데이터처, 2025).
제조업은 경제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제조업의 에너지 소비량은 56만 7,660KTOE로 전체 산업 에너지 소비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IEA, 2025). 이는 1960년 제조업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약 60%였던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 비중은 감소하였으나, 절대적인 에너지 소비 규모는 1960년 45만 3,312KTOE 대비 약 25% 증가하였다. 즉, 제조업은 경제 내 비중이 일부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특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제조업은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가격 변동,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같은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수요 탄력성 분석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에 본 연구는 제조업의 경제적·에너지적 중요성에 주목하여 OECD 36개국을 대상으로 제조업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전체 산업과 제조업 그리고 제조업 내 경공업과 중공업 간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비교함으로써 제조업의 에너지 수요 특성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동태적 패널 시스템 적률법(Dynamic Panel system GMM)을 적용하였으며,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통제한 결과 제조업의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이 전체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2절에서는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 관한 선행연구를 검토한다. 제3절에서는 탄력성 추정을 위해 활용한 시스템 적률법 모형과 자료를 소개한다. 제4절에서는 제시한 방법론과 자료를 바탕으로 전체 산업과 제조업 그리고 제조업 내 경공업과 중공업으로 나누어 각각 장·단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 결과를 제시하고, 선행연구와 비교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제5절에서는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결론을 제시하고, 본 연구의 한계와 정책적 함의를 논의한다.
Ⅱ. 선행연구
에너지 수요 탄력성 추정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분석 대상의 범위, 활용 자료 그리고 방법론 측면에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가 국가 경제 전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감축 정책의 핵심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흐름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실증 분석에 앞서 에너지 가격 및 산출 탄력성과 관련된 2010년 이후 선행연구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에너지 수요에 관한 선행연구는 분석 대상에 따라 개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연구와 여러 국가를 동시에 고려한 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Yanagisawa(2011)는 1980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의 부문별 전력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을 추정하였으며, 제조업과 상업의 장기 가격 탄력성은 각각 -0.196, -0.164로 나타났다.1)Blignaut et al.(2015)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력에 대한 부문별 가격 탄력성을 추정하였다. 해당 연구는 제조업, 상업, 농업의 가격 탄력성을 각각 -0.278, -0.190, -0.235로 추정하였다.2)
Wakashiro(2019)는 1990∼2014년 일본 제조업을 대상으로 전력 수요의 가격 탄력성을 추정하였으며, 그 결과 가격 탄력성은 -0.979로 나타났다. Alarenan et al.(2020)은 1986∼2016년 기간의 사우디아라비아 자료를 활용하여 자기회귀시차분포 모형(Auto-Regressive Distributed Lag model, ARDL)을 적용하였으며, 추정 결과 장기 가격 탄력성은 -0.280에서 -0.340, 장기 산출 탄력성은 0.600에서 0.640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상으로 한 Masike and Vermeulen(2022)은 1980∼2018년 자료를 이용하여 시변모수 모형(Time-Varying Parameter model, TVP)을 적용하였으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은 각각 -0.288, 0.387로 추정되었다. 해당 연구는 경제 국면에 따라 에너지 수요 탄력성이 변화함을 시사하였다. Zhai et al.(2023)은 중국을 대상으로 산업과 가계 부문의 전력에 대한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각각 추정하였다. 중국 성을 기반으로 하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의 연간 자료로 고정효과 방법을 적용한 결과, 산업 부문에서의 에너지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은 각각 -0.712, 0.275로 추정하였으며, 가계 부문에서의 에너지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은 각각-0.426, 0.409로 추정하였다.
최근 연구들은 에너지 수요의 비선형성이나 이질성을 보다 명시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Liao et al.(2025)은 2000∼2023년 기간 대만 가계 부문 자료를 활용하여 전력 수요의 가격 및 소득 탄력성을 추정하였으며, 가격과 소득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탄력성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를 위해 비선형 자기회귀시차분포 모형(Nonlinear Auto-Regressive Distributed Lag model, NARDL)을 적용한 결과, 가격 탄력성은 전력 가격 상승 시 -0.243에서-0.284, 가격 하락 시 -0.128에서 -0.168로 추정되었다. 또한 소득 탄력성은 소득 증가 시 0.572에서 0.671, 소득 감소 시 0.195에서 0.341로 나타났다.
한편, Priesmann and Praktiknjo(2025)는 2010∼2019년 독일 가계 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가계 부문의 전력 수요 가격 및 소득 탄력성을 분석하였다. 정확한 추정을 위해 가계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가구원 수, 가구 학력, 거주지 건축 연도, 거주지 유형, 전력 난방, 전력 냉방, 태양광 발전 여부)을 통제변수로 활용하였다. 해당 연구는 동태적 고정효과 모형을 사용하였으며, 평균 가격 탄력성과 소득 탄력성을 각각 -0.400에서 0.040으로 추정하였다.
<표 1>
개별 국가 대상 에너지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선행 연구의 추정 결과
| 저자 | 에너지 | 부문 | 대상 국가 | 기간 | 추정 모형 |
장기 가격 탄력성 |
장기 산출 탄력성 |
| Yanagisawa(2011) | 전력 | 제조업 | 일본 | 1980-2009 | 최소제곱법 | -0.196 | - |
| 상업 | -0.164 | - | |||||
| Blignaut et al.(2015) | 전력 | 제조업 |
남아프리카 공화국 | 2008-2012 | 고정효과 | -0.278 | - |
| 상업 | -0.190 | - | |||||
| 농업 | -0.235 | - | |||||
| Wakashiro(2019) | 전력 | 제조업 | 일본 | 1990-2014 |
차분 적률법 | -0.979 | - |
| Alarenan et al.(2020) | 전체 | 산업 |
사우디 아라비아 | 1986-2016 |
자기회귀 시차분포 |
-0.280, -0.340 |
0.600, 0.640 |
| Masike and Vermeulen(2022) | 전력 | 전체 |
남아프리카 공화국 | 1980-2018 | 시변모수 | -0.288 | 0.387 |
| Zhai et al.(2023) | 전력 | 산업 | 중국 | 2006-2018 | 고정효과 | -0.712 | 0.275 |
| 가계 | -0.426 | 0.409 | |||||
| Liao et al.(2025) | 전력 | 가계 | 대만 | 2000-2023 |
비선형 자기회귀 시차분포 | -0.128, -0.284 | 0.195, 0.671 |
| Priesmann and Praktiknjo(2025) | 전력 | 가계 | 독일 | 2010-2019 |
동태적 고정효과 | -0.400 | 0.040 |
주: ‘부문’ 항목에서 1) 전체는 산업과 가계 부문을 모두 포함한 자료임. 2) 산업과 가계는 각각 산업과 가계 부문에 대한 자료임. 3) Blignaut et al.(2015), Masike and Vermeulen(2022), Zhai et al.(2023)는 장·단기 탄력성을 구분하는 동태적 방법론에 해당하지 않으며, 각각 가격, 산출 탄력성에 해당함.
<표 1>은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의 분석 기간, 추정 방법, 그리고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 결과를 요약하여 제시한다.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패널 자료를 구축하여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한 연구 역시 다수 이루어져 왔다. Cialani and Mortazavi(2018)는 유럽 29개국을 대상으로 가계 부문과 산업 부문을 구분하여 전력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하였다. 1995∼2015년 기간의 국가별 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차분 적률법(difference GMM) 추정법을 적용한 결과, 산업 부문의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은 각각 -0.118, 0.730으로 추정하였다. 한편 가계 부문의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은 각각 -0.189, 0.862이며, 이를 통해 부문 간 탄력성 차이를 확인하였다.
Chang et al.(2019)은 OECD 20개국을 대상으로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에 대한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분석하였다. 1978∼2013년 기간의 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동태적 패널 시스템 적률법을 적용한 결과, 장기 가격 탄력성은 -0.190에서 -0.234, 장기 산출 탄력성은 0.321에서 0.877로 추정되었다. 또한 전체 산업을 에너지 집약 산업과 비집약 산업으로 구분한 추가 분석에서, 에너지 집약 산업이 전체 산업 대비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남을 보였다.
Csereklyei(2020)는 유럽 28개국을 대상으로 산업 및 가계 부문의 전력 수요에 대한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하였다. 1996∼2016년 기간의 패널 자료를 구성하여 시스템 적률법을 적용한 결과, 산업 부문의 장기 가격 탄력성은 -0.400에서-0.860으로 비교적 크게 추정되었으며, 장기 산출 탄력성은 0.680에서 0.920로 나타났다. Liddle and Huntington(2020)은 보다 장기간의 자료를 활용하여 78개 국가를 대상으로 1960∼2016년 패널 자료를 구축하고, 자기회귀시차분포 모형을 이용해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하였다. 전체 국가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장기 가격 탄력성은 -0.150에서 -0.200, 장기 산출 탄력성은 0.520에서 0.980으로 추정되었다. 국가를 소득 수준에 따라 구분한 결과, OECD 회원국의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은 각각 -0.180에서 -0.220, 0.500에서 0.640으로 나타났다. OECD 비회원국의 경우 장기 가격 탄력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장기 산출 탄력성은 0.630에서 0.660으로 추정되었다.
Liddle et al.(2020)은 이러한 분석을 확장하여 중진국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하였다. 세계은행 기준 26개 중진국을 대상으로 1996∼2014년 기간의 패널 자료를 구축하고 자기회귀시차분포 모형을 적용한 결과, 장기 가격 탄력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반면에 장기 산출 탄력성은 0.570에서 0.680으로 추정되었다. 이처럼 국가의 소득 수준에 따라 에너지 수요 반응이 상이함을 분석한 연구는 이후 Gao et al.(2021), Liddle and Hasanov(2022) 등으로 이어지며 보완·발전되고 있다. <표 2>는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의 대상 국가, 분석 기간, 추정 방법, 그리고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 결과를 요약하여 제시한다.
최근 이루어진 선행연구를 종합하면 에너지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은 개별 국가의 총에너지 소비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 국한되지 않고, 전력 등 에너지원별 분석이나 산업, 가계 등 부문별 분석으로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또한 추정 방법론 측면에서도 다양한 계량경제학적 기법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추정 결과도 연구마다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구에서 장기 가격 탄력성과 산출 탄력성은 모두 비탄력적이고, 각각 음(-)과 양(+)의 값으로 추정되었다.
<표 2>
여러 국가 대상 에너지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선행 연구의 추정 결과
| 저자 | 에너지 | 부문 | 대상 국가 | 분석 기간 | 추정 모형 |
장기 가격 탄력성 |
장기 산출 탄력성 |
| Cialani and Mortazavi(2018) | 전력 | 산업 |
유럽 29개국 | 1995-2015 |
차분 적률법 | -0.118 | 0.730 |
| 가계 | -0.189 | 0.862 | |||||
| Chang et al.(2019) | 전체 | 산업 |
OECD 20개국 | 1978-2013 |
시스템 적률법 |
-0.190, -0.234 |
0.321, 0.877 |
| 에너지집약 |
-0.337, -0.529 |
0.844, 1.230 | |||||
| Csereklyei(2020) | 전력 | 산업 |
유럽 28개국 | 1996-2016 | 시스템 적률법 |
-0.400, -0.860 |
0.680, 0.920 |
| 가계 |
-0.420, -0.660 | * | |||||
| Liddle and Huntington(2020) | 전체 | 전체 | 78개국 | 1960-2016 |
자기회귀 시차분포 |
-0.150, -0.200 |
0.520, 0.980 |
|
OECD 37개국 |
-0.180, -0.220 |
0.500, 0.640 | |||||
|
비OECD국 41개국 | * |
0.630, 0.660 | |||||
| Liddle et al.(2020) | 전체 | 전체 |
중진국 26개국 | 1996-2014 |
자기회귀 시차분포 | * |
0.570, 0.680 |
| Gao et al.(2021) | 전체 | 전체 | 65개국 | 1960-2016 | 고정효과 |
-0.187, -0.287 |
0.745, 0.992 |
| Liddle and Hasanov(2022) | 전력 | 산업 |
고소득국 35개국 | 1978-2016 |
자기회귀 시차분포 |
-0.250, -0.270 |
0.310, 0.520 |
|
중진국 30개국 | * |
0.610, 1.250 |
현재까지 이루어진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 관한 연구는 주로 국가 단위 또는 전체 산업 단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제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 탄력성에 대한 연구는 그 중요함에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기존의 선행연구는 대개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단일 국가 분석에 국한되어, 도출된 결과를 제조업 부문의 국제적인 에너지 수요에 대한 분석에 적용하기에는 제한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연구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OECD 36개국을 대상으로 제조업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하며, 이를 전체 산업의 탄력성과 비교·분석함으로써 제조업의 에너지 수요 구조와 특성을 명확히 규명하고자 한다. 나아가 본 연구는 제조업 내 세부 산업의 에너지 수요에 대한 특징을 정밀하게 파악하고자 경공업과 중공업으로 구분하여 심층적인 분석도 시행한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국제 에너지 수요에서 제조업 내 경공업과 중공업의 세부적인 반응성을 파악한다.
Ⅲ. 추정 모형과 자료
에너지 소비는 단기적으로 가격이나 소득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설비 투자, 기술 구조와 같은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점진적인 조정 과정을 거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현재의 에너지 소비가 과거의 소비 수준에 유의미하게 의존함을 시사하며, 에너지 수요를 정태적 모형으로 설정할 경우 이러한 동태적 조정 메커니즘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에너지 소비의 동태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시차 종속변수를 포함한 동태적 에너지 수요함수를 설정한다.
에너지 소비의 조정 비용(adjustment costs)과 에너지원 간 불완전한 대체 가능성으로 인해, 가격이나 소득 충격의 효과는 단기에 제한적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누적된다. 동태적 모형은 이러한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를 명시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가격 정책이나 탄소 가격과 같은 제도적 변화의 효과를 더욱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공한다. 특히 단기 반응보다 중·장기 조정 효과가 정책 평가에서 핵심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동태적 접근의 필요성이 강조된다.3)
본 연구는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에너지 수요함수를 추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동태적 패널 모형을 식 (1)과 같이 설정한다(Pindyck, 1979; Liu, 2004; 금예진 외, 2018).
식 (1)은 년도 특정 국가 에서 개별 산업 의 실제 에너지 소비량()의 변화()는 전기 대비 바람직한 에너지 소비량()의 변화()에 일정 비율()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 (1)을 식 (2)와 같이 다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바람직한 에너지 소비량은 에너지 가격과 산출을 중심으로 한 주요 설명변수들의 함수로 정의된다. 구체적으로 년도에 특정 국가 에서 개별 산업 의 바람직한 에너지 소비는 에너지 가격, 산출량 그리고 기타 주요 통제변수에 의해 식 (3)과 같이 결정된다고 가정한다(Chang et al., 2019; Liddle and Huntington, 2020).
여기서 는 에너지 가격 지수, 는 산출 그리고 는 주요 통제 변수이다. , , 는 추정 모수이고, 는 주요 통제 변수에 대한 추정 계수의 벡터이다.
식 (3)을 식 (2)에 대입하면, 에너지 수요함수는 식 (4)와 같은 선형 로그 형태로 표현된다.
여기서 , , , 이고, 는 주요 통제 변수에 대한 계수의 조합이다. 그리고 는 개별 고정효과 이며, 는 고유오차(idiosyncratic error)이다.
개별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에너지 가격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에너지원별 가격과 에너지 소비량을 이용하여 에너지 가격 지수()를 구성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가격 지수는 식 (5)와 같이 각 에너지원()(<표 3> 참고)에 대한 지출액을 합산한 총에너지 지출액을 총에너지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한다(Chang et al., 2019).
주요 통제변수로는 선행연구에서 이용하고 있는 인구밀도(), GDP 대비 환경세 수입()을 사용한다. 인구밀도는 개별 국가의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반영하는 지표이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국가의 경제 규모가 증대되며, 그에 따라 산업 생산의 증대가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Csereklyei, 2020; Malzi et al. 2020). GDP 대비 환경세는 개별 국가의 정책적 요소를 반영하는 지표이며, 해당 국가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 강도를 나타내는 대리변수의 역할을 한다.4)
식 (4)의 에너지 수요함수는 시차 종속변수를 포함하는 동태적 패널 모형이므로, 고정효과를 고려하여 추정하더라도 시차 종속변수와 오차항 간의 상관관계로 인해 편의(bias)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관측 기간이 짧은 패널 자료에서는 이러한 편의가 더욱 심각해진다. 또한 시차 종속변수의 포함으로 인한 내생성 문제와 더불어, 에너지 가격 및 산출 변수 역시 정책 개입, 수요 충격, 경기 변동과 동시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인 내생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OLS나 고정효과 추정법은 일관된 추정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Arellano and Bond(1991)의 차분 적률추정법이 제안되었으나 에너지 소비와 같이 높은 지속성(persistence)을 지닌 변수의 경우 시차 수준변수를 도구변수로 사용하는 차분 적률법은 약한 도구변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Blundell and Bond(1998)가 제안한 패널 시스템 적률법을 적용한다. 패널 시스템 적률법은 차분 방정식과 수준 방정식을 동시에 추정함으로써 차분 방정식에서는 시차 수준변수를, 수준 방정식에서는 시차 차분변수를 도구변수로 활용하여 도구변수의 설명력을 개선하고 동태적 편의 및 내생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완화한다. 특히 패널 시스템 적률법은 개체 수가 많고 관측기간이 짧은 패널 구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국가 또는 산업 단위의 에너지 수요 분석에 계량적으로 타당한 방법론이다.
본 연구에서는 도구변수의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해 Hansen의 과식별 제한 검정(overidentification test)과 Arellano-Bond의 자기상관 검정(autocorrelation test)을 수행하였다. 동태적 패널 모형에서 차분 오차항은 구조적으로 1차 자기상관을 가질 수 있으므로 AR(1) 검정에서는 귀무가설이 기각되어야 한다. 반면, 2차 자기상관이 존재할 경우 시차 변수를 도구변수로 사용하는 적률법 추정의 가정이 위배되므로 AR(2) 검정에서는 귀무가설이 기각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Hansen 과식별 제한 검정에서 귀무가설이 기각되지 않는 경우, 사용된 도구변수들이 외생적이라는 가정을 지지하게 된다. 본 연구의 검정 결과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시스템 적률법 추정치의 통계적 타당성과 신뢰성을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식 (4)에서 에너지 가격과 산출 변수에 대한 계수()는 각각 단기 가격 탄력성과 단기 산출 탄력성을 의미한다. 시차 종속변수의 계수()는 에너지 소비에 발생한 충격이 시간에 따라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 계수의 절대값이 1보다 작은 경우, 에너지 가격과 산출에 대한 장기 탄력성은 각각 식 (6)과 식 (7)에 따라 도출된다.5)
본 연구는 1993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0년간의 패널 자료를 활용하였다. 산업별 산출 자료는 OECD의 STAN(Structural Analysis Database)을 이용하였으며, 최종 에너지 소비와 에너지 가격 자료는 각각 국제에너지기구(IEA)의 World Energy Balances와 Energy Prices에서 제공하는 산업 부문 자료를 사용하였다. 또한 통제변수로 활용되는 인구밀도와 GDP 대비 환경세 수입 비율은 각각 World Bank와 OECD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하였다.
산업별 산출과 에너지 가격은 각 국가의 통화 단위로 측정되며, 최종 에너지 소비는 KTOE 단위로 측정된다. 최종 에너지 소비의 원자료는 67개 에너지원과 16개 산업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에너지 가격 원자료는 6개 에너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별 산출 자료는 제4차 국제표준산업분류(International Standard Industrial Classification, ISIC)에 따라 산업이 구분된다.
<표 3>
분석 대상 국가, 산업, 에너지
본 연구에서는 자료 출처별로 상이하게 정의된 산업 및 에너지원 분류를 일관되게 적용하기 위해, IEA(2025)에서 제시한 분류 기준에 따라 최종 에너지 소비, 에너지 가격, 산출 자료를 재구성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표 3>과 같이 16개 산업과 6개 에너지원으로 산업 및 에너지 분류를 통일하였다.6)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제조업은 UN(2008)의 ISIC 기준에 따라 전체 16개 산업 중 11개 산업에 해당한다. 또한, 제조업 내 경공업과 중공업은 국가데이터처에서 제공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에 따라 정의하며, 제4차 한국표준산업분류와 ISIC 연계표에 맞춰 분류하였다.7)
<표 4>는 본 연구의 실증 분석에 활용된 주요 변수들의 로그 변환 값에 대한 기술 통계량을 요약한 것이다. 최종 에너지 소비, 에너지 가격 지수, 산출 변수의 관측치 수는 각각 15,569개, 13,923개, 14,528개로, 본 연구의 자료는 불균형 패널(unbalanced panel) 구조를 가진다. 에너지 가격 지수는 식 (5)에 따라 국가·산업별로 소비되는 최종에너지 소비량과 해당 에너지원의 가격 정보를 결합하여 산출하였다.
Ⅳ. 추정 결과
본 연구는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과 관련하여 세 가지 가설을 설정하고, 수집한 자료를 이용해 실증적으로 검증한다. 이 세 가설은 기존 연구와의 일관성을 확인하면서, 제조업과 관련된 선행연구에서 대부분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한것과 달리 여러 국가를 함께 분석함으로 그에 대한 시사점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8) 첫 번째 가설은 전체 산업과 제조업(전체 제조업, 중공업, 경공업 포함)에서 에너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음(-)의 값을, 산출 탄력성은 양(+)의 값이며, 장기적으로 비탄력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앞서 제시한 선행연구에서 에너지 수요가 가격 및 경제 활동 수준 변화에 제한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온 결과에 근거한다.
두 번째 가설은 전체 산업과 제조업 간의 비교로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서 전체 산업 대비 제조업이 더 탄력적일 것이다. 장기 가격 탄력성 측면에서 제조업은 에너지 집약도와 생산요소 간 대체 가능성을 고려하였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할 유인이 있다. 제조업은 전체 산업 대비 에너지 집약도가 높아 에너지 가격 상승 시, 생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이 같은 요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유인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생산 설비 교체, 공정 개선 등을 이용해 대응할 수 있다. 실증적으로도 개별 국가 사례인 Yanagisawa(2011), Blignaut et al.(2015), Jeong and Kim(2025)의 연구에서도 타 산업 대비 제조업의 가격 탄력성이 더 탄력적인 결과를 제시하였다.9) 장기 산출 탄력성 측면에서도 제조업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더 탄력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에너지보다 노동과 같은 다른 생산요소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차이는 부가가치 변화에 따른 노동 수요의 민감도가 서비스업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반면, 에너지 수요에 대한 민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전체 산업에 비해 제조업의 에너지 수요가 산출 변화에 더 탄력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 번째 가설은 제조업 내의 비교로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서 중공업 대비 경공업이 더 탄력적인 것이다. 가격 탄력성 측면에서 중공업은 경공업에 비해 에너지 집약도가 높아 효율적 에너지 소비에 대한 유인이 강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공업 고유의 산업적 특성은 생산요소 간 대체를 통한 유연한 대응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대표적인 중공업인 화학 및 석유화학, 철금속 등은 생산 공정에서 에너지를 필수 불가결한 투입재로 사용한다. 또한, 대규모 생산설비를 요구하는 산업 특성상 설비 교체나 공정 개선을 위해 막대한 자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가격 변화에 대한 반응을 제약하는 원인이다. Wakashiro(2019) 연구에서도 경공업의 장기 가격 탄력성은 -1.840이었으나, 중공업의 장기 가격 탄력성은 이보다 더 비탄력적인 -1.099로 나타났다.10) 산출 탄력성 측면에서도 중공업의 산업적 특성으로 경공업과 같이 생산량 변화에 따라 생산 설비 가동 등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공업이 더 비탄력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본 연구는 세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전체 산업(모형 1~4), 제조업(모형 5~8), 경공업(모형 9~12), 중공업(모형 13~16)을 대상으로 각각 추정하였다. 전체 산업에 대한 기본 추정 식(모형 1)은 식 (4)에서 가격 및 산출을 포함한 기본적인 모형(baseline model)을 시작으로 모형 2, 모형 3, 모형 4는 통제 변수의 포함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장된 모형이다. 제조업, 경공업, 중공업에 대한 추정 모형 역시 식 (4)를 기반으로 하되, <표 3>에서 분류한 바와 같이 각 산업의 자료를 각각 활용하며, 전체 산업 모형과 동일하게 통제 변수 구성에 따라 네 가지 모형으로 구분된다. 또한 연도별로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통 충격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모형에 연도 더미 변수를 포함하였다.
전체 산업과 제조업을 대상으로 설정한 모형에 대한 추정 결과 그리고 이에 대한 가격 및 산출의 단기 및 장기 탄력성을 각각 <표 5>와 <표 6>에 제시하였다. 전체 산업과 제조업 모든 모형에서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 Arellano and Bond 자기상관 검정과 Hansen 과식별 제한 검정 결과에서도 추정의 타당성이 확보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추정 결과, 공통적으로 모든 모형에서 비탄력적인 음(-)의 가격 탄력성과 비탄력적인 양(+)의 산출 탄력성의 값이 추정되었다.
전체 산업의 단기 가격 탄력성은 모형에 따라 -0.039에서 -0.057까지로 추정되었고, 이를 장기 탄력성으로 환산한 결과, -0.417과 -0.703에 해당한다. 제조업의 단기 가격 탄력성은 -0.047에서 -0.051까지로 추정되었고, 장기 가격 탄력성은 -0.551에서 -0.649까지이다. 다음으로, 전체 산업의 단기 산출 탄력성은 0.037에서 0.057까지 추정되었으며, 장기 산출 탄력성으로는 0.517에서 0.667로 대응된다. 제조업의 단기 산출 탄력성은 0.053부터 0.070까지 추정되었고, 장기로 환산 시, 0.730과 0.831에 해당한다.
<표 5>
전체 산업과 제조업의 추정 결과
<표 6>
전체 산업과 제조업의 에너지 가격 및 산출 장·단기 탄력성
경공업과 중공업을 대상으로 설정한 모형의 추정 결과와 이에 따른 가격 및 산출의 단·장기 탄력성은 각각 <표 7>과 <표 8>에 제시하였다. 경공업은 모든 모형에서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중공업은 모형 15에서 가격 탄력성과 모형 16에서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 대한 추정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경공업의 단기 가격 탄력성은 -0.038에서 -0.059까지로 추정되었으며, 이를 장기 가격 탄력성으로 환산 시 -0.704에서 -0.964까지로 나타났다. 한편 중공업의 단기 가격 탄력성은 -0.041에서 -0.048까지로, 장기 가격 탄력성은 -0.479에서 -0.513까지 추정되었다. 다음으로, 경공업의 단기 산출 탄력성은 0.051에서 0.068까지로 나타났으며, 장기 산출 탄력성으로는 0.848에서 1.320까지 해당한다. 중공업의 단기 및 장기 산출 탄력성은 각각 0.045와 0.446으로 추정되었다.
<표 7>
경공업과 중공업의 추정 결과
<표 8>
경공업과 중공업의 에너지 가격 및 산출 장·단기 탄력성
본 연구에서 설정한 세 가지 가설에 근거하여 추정 결과로부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가설과 관련하여, 전체 산업, 제조업, 경공업, 중공업 대상으로 각 모형에서 음(-)의 가격 탄력성과 양(+) 산출 탄력성이 추정되었다. 또한, 경공업 일부 모형을 제외한 나머지 모형에서 가격과 산출 탄력성이 장기적으로 비탄력적인 추정치가 도출되었다. 이는 에너지 수요가 가격 상승에 따라 감소하고, 경제 활동 수준의 증가에 따라 확대된다는 점 그리고 에너지가 필수재적이라는 이론적 기대 및 다수의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다만, 추정된 탄력성의 절대적 크기를 살펴보면, 본 연구의 결과와 선행연구 간 탄력성의 크기에서는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분석 대상 국가의 범위, 산업 구분 방식, 분석 기간, 그리고 추정 방법론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동태적 패널 모형을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소비의 점진적 조정 과정을 반영한 점이 기존 연구와의 차별적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11) 먼저 통제 변수를 포함하지 않은 모형의 추정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산업과 제조업 모두에서 장기 가격 탄력성이 기존 선행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탄력적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가 선행연구에 비해 비교적 최근의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정책 강화, 에너지 효율 개선 정책, 그리고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와 같은 제도적·환경적 변화가 에너지 가격에 대한 수요 반응을 더 민감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에너지 가격 탄력성이 장기적으로 더 탄력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관련 연구(Steinbuks and Neuhoff, 2014; Parker and Liddle, 2016)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대한 유인을 강화하고,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변화에 대한 대응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들 연구는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술 진보를 촉진하고, 자본·노동·에너지 간의 생산요소 대체 가능성을 확대함으로써 에너지 투입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한다고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추정 결과 역시 이러한 논의와 일관된 방향성을 보인다.
다음으로 두 번째 가설인 장기 가격 탄력성에서 제조업이 전체 산업보다 더 탄력적일 것이라는 점도 통제 변수를 반영한 모형을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통제 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 추정된 탄력성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전체 산업과 제조업의 장기 가격 탄력성은 각각 -0.527과 -0.587로 추정되어, 제조업이 전체 산업보다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의 장기 산출 탄력성이 전체 산업보다 더 탄력적일 것이라는 가설 역시 본 연구의 실증 분석 결과에 의해 확인된다. 전체 산업의 평균 장기 산출 탄력성은 0.599인 반면, 제조업의 평균 장기 산출 탄력성은 0.774로 전체 산업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Chang et al.(2019)에서 에너지 집약 산업의 산출 탄력성이 전체 산업을 대상으로 한 산출 탄력성보다 더 크게 추정된 결과와 동일한 맥락에 있으며, 본 연구는 통제 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도 이러한 관계가 유지됨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를 보완한다.12)
마지막으로 경공업의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이 중공업보다 더 탄력적일 것으로 설정한 세 번째 가설 역시 실증결과를 통해 뒷받침된다. 경공업의 평균 가격 탄력성은 -0.813이나, 중공업의 평균 가격 탄력성은 -0.496으로 경공업이 더 탄력적이다. 산출 탄력성에서도 경공업의 평균 산출 탄력성은 1.040이나, 중공업은 0.446으로 경공업보다 비탄력적인 값으로 추정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앞서 제시한 Wakashiro(2019)의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에 있으며, 본 연구에서의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통제 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도 경공업이 중공업보다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이 더 탄력적이라는 점이 재확인된다.
요약하면, 첫째, 본 연구에서 추정한 에너지 수요의 장기 가격 탄력성과 장기 산출 탄력성은 기존 선행연구와 마찬가지로 각각 음(-)의 값과 양(+)의 값을 가지며, 전반적으로 비탄력적인 특성을 보였다. 다만 탄력성의 절대적 크기 측면에서는 본 연구의 가격 탄력성이 선행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탄력적으로 추정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둘째, 제조업과 전체 산업 간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비교한 결과, 제조업의 탄력성이 전체 산업보다 가격과 산출 측면 모두에서 더 크게 나타나 제조업의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 및 경제 활동 수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확인하였다. 셋째, 제조업 내에서도 경공업과 중공업 간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 차이가 있으며, 경공업이 중공업 대비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서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V. 결론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제조업이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다는 점에서 제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에 관한 연구는 학술적 및 정책적으로 중요한 주제이다. 이에 본 연구는 OECD 36개국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의 패널 자료를 구축하고, 동태적 패널 시스템 적률법을 활용하여 전체 산업과 제조업, 제조업 내 경공업과 중공업의 에너지 수요에 대한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론과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본 연구는 동태적 패널 시스템 적률법과 주요 통제 변수를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정확하게 추정하고자 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주로 활용되어 온 정태적 패널 모형과 달리, 본 연구는 에너지 소비가 가격 및 산출 변화 이후 즉각적으로 균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점진적으로 조정된다는 현실적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동태적 패널 모형을 적용하였다. 또한 에너지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구 및 환경 정책적 요소를 고려하여 인구밀도와 GDP 대비 환경세 수입 비율을 통제 변수로 포함함으로써 추정의 정밀성을 제고하였다.
둘째, 본 연구는 제조업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제조업의 에너지 수요에 대한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이 전체 산업 대비 더 탄력적일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 이를 위해 전체 산업과 제조업을 구분하여 각각 장기 가격 탄력성과 산출 탄력성을 추정한 결과, 제조업의 장기 가격 탄력성은 통제 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 -0.551에서 -0.649 까지로 나타나 전체 산업보다 더 크게 추정되었다. 또한 제조업의 장기 산출 탄력성 역시 0.730에서 0.831 까지로 전체 산업의 장기 산출 탄력성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제조업의 에너지 수요가 에너지 가격 및 경제 활동 수준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함을 시사한다.
셋째, 본 연구는 제조업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위해 경공업과 중공업으로 구분하여 두 산업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비교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경공업이 중공업보다 장기 가격 및 산출 탄력성에서 모두 탄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공업과 중공업의 산업 구조적 특징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제조업 내 세부 산업에 따라 에너지 수요의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뜻한다.
넷째, 제조업 부문에 대한 가격 및 산출 탄력성 추정 결과는 향후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제조업의 에너지 전환 및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에너지 수요 특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은 전체 산업에 비해 가격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환경세 등 가격 기반 정책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제조업 내부에서도 경공업과 중공업 간 탄력성 편차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만큼, 정책 유인에 대한 반응 역시 세부 업종별 특성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제조업에만 한정하지 않고 나아가 각 산업의 특성에 기반하여 산업별 맞춤형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함도 시사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교란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는 동시에 산업의 안정적인 생산 활동 유지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산업별 탄력성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경세와 같은 가격 유인을 활용하는 동시에 보조금이나 기술 지원 등 보완적 정책 수단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업종별 생산요소 대체 가능성 등 산업별 특성을 간과한 채 획일적인 가격 규제나 지원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는 오히려 생산 위축과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결과적으로 향후 에너지 정책은 산업별 맞춤형 정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외부 충격에도 산업의 안정적인 생산 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제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을 추정하고, 동태적 패널 시스템 적률법과 통제 변수를 활용하여 추정의 정확성을 제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본 연구는 OECD 회원국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한계점도 있다. 제조업의 중요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향후 개발도상국에 대한 자료가 확보될 경우 이들 국가를 포함한 에너지 수요의 가격 및 산출 탄력성 분석은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 수립 측면에서 더욱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지닐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