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Ⅱ. 탄소국경조정제도
1. EU 탄소국경조정 도입 배경
2. EU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분석
Ⅲ. 한・중・일의 EU 무역 현황 및 시나리오 설정
1. 탄소국경조정세 대상 주요 산업별 수출입 구조
2. EU 탄소국경조정 시나리오 설정과 인증서 비용 추정
Ⅳ. 산업연관분석
1. 분석 방법론
2. 생산유발효과
Ⅴ. 정책 시사점
Ⅰ. 서 론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체결은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의 상황을 반영하여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2018년에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특별보고서가 채택되면서 지구 온도 상승 1.5도내 제한을 위하여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제로가 달성될 필요가 제기되었다. 전 세계 121개 국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하고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S)1)을 유엔에 제출하며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2021년 10월 기준 명확한 목표 연도 설정과 함께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는 55개국이며 법제화를 마친 국가는 14개국에 달한다.2) 대부분 국가가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2050년으로 제시하였으며 스웨덴과 독일은 2045년으로 제시하였다.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 위기에 휩싸였다. 2022년 11월 이집트에게 개최된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 27)에서는 2021년 지구 온도 1.5도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된 COP 26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선진국과 저개발도상국 사이의 기후변화 대응 비용 분담 논의에 집중되었다.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개발도상국에서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EU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정책 일부를 보완하고 속도 조절을 하면서 탄소중립을 이행하므로 향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기후변화 대응도 있으나 경쟁국 대비 기후변화 대응의 기술적・제도적 우위에서 탄소국경세 부과 등의 일련의 환경규제 강화 조치를 통하여 국가 산업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이유도 분명히 포함된다.
EU는 국가 간 환경규제 차이로 발생하는 탄소누출을 이슈화하며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도입 추진 중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란 수출업자가 해당 품목의 탄소배출량 인증서를 구매하여 정책당국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해당 품목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에 대하여 수입제품의 내재배출량 기준 이미 부과된 탄소가격과 EU-ETS와의 가격 차이만큼의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한다. CBAM이 전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취지에서 도입된 점도 사실이나 자국과 수출국 사이의 탄소규제 차이로 발생하는 생산비용 차이만큼 수출품에 세금 등 비용을 부과하여, 모든 무역대상국의 탄소 규제비용을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목적도 크다. EU 집행위원회가 기후목표 이행 패키지인 Fit for 55 일환으로 공개한 CBAM 법안을 살펴보면 초안의 대상 품목인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 이외에도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수소, 암모니아가 포함된다. 철강을 포함한 대상 품목들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주요 수출 품목에 해당한다. 더불어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수소와 암모니아도 포함되어 EU CBAM 도입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다.3)
본 연구는 국제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하여 EU CBAM 도입이 한국, 중국, 일본의 철강산업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를 살펴본다. 우선, EU CBAM의 도입 배경과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이어서 UN Comtrade 기준 한국, 중국, 일본의 EU 27 국가와 무역거래 현황과 CBAM 도입 시 적용 품목 거래 현황을 살펴본다. CBAM 도입시 철강 품목의 내재배출량 및 인증서 비용 추정하고 ADB-MIRO 국제산업연관자료4)를 활용하여 3개 국가의 생산유발효과를 살펴본다.
경제학적 방법론을 활용한 탄소세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 분석은 국제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탄소세 논의가 진행되기 전부터 시작하였다. 1977년 Nordhaus 시초 연구 이래로 산업연관 분석이나 연산일반균형모형(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CGE)을 활용하여 탄소세 부과가 국가 총 경제나 산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특히, 세계금융위기 이후 파리 협정을 포함한 신기후체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0년 이후 다수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과거 다수의 연구에서는 주로 탄소세 부과로 발생하는 잠재적 경제 손실을 논의되었으나 최근 Metcalf and Stock (2020), McKibbin et al.(2015), Jorgenson et al.(2018), Ross(2018)는 탄소세 수입이 생산부문에 효율적으로 투자된 상황에서 탄소세 부과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Metcalf and Stock(2020)은 탄소세 부과가 경제활동이나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한 유의적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논하였다. 이처럼 최근 연구에서는 탄소세 수입의 환경부문에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통한 탄소세 부과의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는 추세이다.
CBAM 도입과 같이 국경을 초월한 탄소세 부과 시에는 탄소세 수입의 리사이클링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CBAM에 관한 다수 문헌이 탄소세 부과가 수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Böhringer et al.(2012), Böhringer et al.(2017), Gray and Metcalf(2017), Metcalf(2014) 등은 탄소국경세 부과로 인한 대상 국가의 다배출・수출집약적 산업 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Böhringer et al.(2012)는 탄소국경세 부과에 따른 탄소누출 감소 효과를 살펴보았다. Aldy and Pizer(2015)에서는 탄소세 부과 시 에너지집약 산업의 상대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해당 산업 손실을 추정하였고 Lu et al.(2010)은 중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톤당 $40 부과 시 총 수출이 3% 감소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국내 문헌에서도 김선진 외(2021), 김동구・손인성(2021), 한민수・문진영(2021), Oh(2022) 연구들이 CBAM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였다. 한민수・문진영(2021)과 Oh(2022)는 다국가-다산업 CGE 모형을 기반하여 탄소국경세 부과가 국가별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하였다. 한민수・문진영(2021)은 무역 CGE 모형을 활용하여 미국 등 한 국가 또는 전 국가가 탄소세 정책을 펼치는 시나리오를 비교하였다. Oh(2022)는 에너지 생산요소가 반영된 국제무역 모형을 토대로 탄소국경세 부과가 국가별 경제와 탄소누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김선진 외(2021)는 EU와 미국이 톤당 50달러 탄소국경세 부과와 일부 감면하는 시나리오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였다. 김동구・손인성(2021)은 정교한 모형 분석은 아니나 세계산업연관분석 자료를 활용하여 EU 탄소국경세 부과에 따른 우리나라 철강, 알루미늄, 비료 산업의 인증서 비용을 계산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ADB-MIRO 자료를 활용하여 산업연관분석을 시행하였다. 산업연관분석모형에서는 CGE 모형 분석처럼 대표적 가계와 기업의 함수 형태를 설정하지는 않으나 산업연관표 상의 무역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여 간단한 현황 파악이 용이하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EU CBAM 현안을 살펴보고 제3장에서 한・중・일의 EU 무역 현황을 살펴보고 시나리오 설정 및 인증서 비용을 산출한다. 제4장에서는 산업연관분석 방법론과 생산유발효과를 논의한다. 제5장에서는 결론을 기술하였다.
Ⅱ. 탄소국경조정제도
1. EU 탄소국경조정 도입 배경
2021년 12월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EU 기후목표 이행 패키지인 Fit for 55의 핵심 내용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 입법안이 포함되었다. EU 27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면서 일어나는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화석연료기반 산업에서 저탄소연료 기반 산업으로의 공정한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유럽 그린딜 도입과 그 취지에 합의하였다. 특히, EU 국가들은 탄소누출(carbon leakage)를 막고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해 CBAM 도입에 합의하였다. 탄소누출이란 탄소배출 규제가 큰 국가의 기업들이 생산비용 절감을 위하여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전 지구적으로 탄소 배출원이 장소 이동만 했을 뿐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대로라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자국의 입장에서 산업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심각한 이슈로 제기한다. 따라서 EU CBAM 제도는 탄소 규제가 매우 엄격한 EU 국가의 입장에서 무역 국가 간 생산비용 차이를 환경비용 차이만큼 보정하여 기회비용을 역전시키고 새로운 비교우위에 따라 자국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EU 국가들의 탄소세 도입은 2005년 배출권거래제인 EU-ETS 도입 이전에 이미 북유럽 국가 중심의 친환경세제 개편으로 이루어졌다. 1990년 핀란드는 당시 미미한 탄소배출량에도 불구하고 탄소세 제도를 처음 도입하였으며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가 연이어 탄소세 제도를 도입하였다. 탄소세는 화석연료에 부과되며, 세율의 적용방식은 각국의 경제상황과 에너지 소비구조에 따라 상이하게 결정되었다. 공통적으로 탄소세는 발전부문을 제외한 전 부문을 대상을 과세되고 있으며 발전부문을 대신하여 전력소비 단계에서 탄소세가 부과되었다. 산업부문의 경우 대체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특정 산업 및 연료 사용에 대해 세제감면이나 환급제도가 시행되기도 한다. 한편, 2005년 EU-ETS가 도입되면서 감축량을 할당받은 사업체의 경우에는 중복 규제가 되지 않도록 탄소세가 면제된다. EU-ETS 도입 이후에는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탄소세를 도입하였으며, 그 외에도 우크라이나, 일본,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싱가포르, 남아공,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주가 탄소세 제도를 도입하였다.
전 세계 국가들 중에는 EU 이외에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이 있다. 캐나다 앨버타와 퀘백을 포함한 일부 주, 뉴질랜드, 한국, 호주, 중국,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일부 주 등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였으며 EU 일부 국가와 캐나다, 일본은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모두 시행하는 국가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탄소세 세제구조나 외부비용 부과방식은 국가별 산업이나 조세 구조에 따라 다양하므로 국가간 탄소규제 방식과 강도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차이는 CBAM 도입 배경이 되나 각 국가가 처한 에너지 시장환경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환경규제 효과의 정확한 비교가 쉽지 않으므로 CBAM 도입은 국가 간 통상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EU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분석
2021년 7월 발표된 법안 초안5)을 기반으로 2022년 7월부터 12월까지 EU집행위원회와 EU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의가 진행되었고 12월 13일 잠정적으로 합의에 도달하였다. CBAM 입법안은 총 11장, 36조항으로 구성되고 5개 부속서가 포함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해당 제도는 2023년 1월 1일부터 발효되고 시범 시행기간에 해당하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EU 회원국 내로 제품 수입 시 제품의 직・간접적 탄소배출량을 측정하여 보고한 의무만 발생하고 재정적 부담은 없다. 이 시기의 주요 목적은 자료 확보이고 EU집행위원회는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제도 도입의 영향을 분석하고 추가조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EU CBAM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배출권 무상할당제도 순차적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인증서 가격은 EU ETS 배출권 경매가격의 주 평균가격에 연동되며 원산국 규제 아래 탄소가격이 이미 지불된 경우에는 면제 대상이 된다.
적용 대상 품목은 2021년 집행위원회 제안 기준 법률안에 본래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만 포함되었으나 최종안에서는 유기화학 물질, 플라스틱, 수소 및 암모니아 품목이 추가되고 간접배출량도 고려된다.
시범 시행기간 동안 수출업자는 해당 제품의 유형별, 사업장별 제품 총량(톤), 생산량 당 직간접 내재배출량(CO2eq톤/톤) 등의 정보보고서를 분기별로 수입국 관할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2036년부터 승인신고자는 매년 5월 31일까지 CBAM 신고서와 전년도 내재배출량 기준 인증서를 관할당국에 제출한다. 내재배출량 정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국가별 기본값을 적용하나 전반적으로 정보가 미흡하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EU 하위 10위 기준 사업장 평균값 적용한다. EU CBAM 인증서 비용(부담비용)은 다음의 산식으로 산출된다.
수출국 해당 산업의 온실가스 내재배출량과 EU의 벤치마크 내재배출량 차이에 수출량을 곱하여 조세 대상 물량을 정하고 물량 단위당 EU ETS 가격만큼 탄소국경세가 수출업자에게 부과한다. 단, 수출국 산업이 온실가스 규제에 따른 환경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고 증빙자료가 제시된다면 해당 비용만큼 감면받을 수 있다.
<표 1>
EU CBAM 도입 배경
<표 2>
EU CBAM 대상 품목
출처: 김동구・손인성(2021) 표 3-1~3-5 인용
Ⅲ. 한・중・일의 EU 무역 현황 및 시나리오 설정
1. 탄소국경조정세 대상 주요 산업별 수출입 구조
EU의 탄소국경조정세 부과는 당사국의 수출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로 수출을 감소시키나 당사국의 산업과 공급망 가치사슬로 연계된 다른 국가 산업의 생산도 위축시킬수 있다. 예를 들어 EU 탄소국경세가 중국의 철강제품에 부과되는 상황에서 해당 피해는 중국 산업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과 공급망 가치사슬로 연계된 한국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본 장에서는 EU의 탄소국경세 부과 대상국으로 한국, 중국, 일본을 고려하고 시나리오 설정에 앞서 각국의 EU 27 대상 수출입 구조를 살펴본다. <표 3>은 3개 국가가 EU 17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금액과 수입금액을 제시한다. 단위는 백만 달러고 수출 비중은 수출금액을 수출금액과 수입금액의 합계로 나눈 값이다. 자료는 UN Comtrade에서 수집하여 계산하였다. <표 4>는 3개 국가의 탄소국경조정제 대상 주요 품목(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의 EU 회원국으로 수출 비중을 제시한다. 여기서 수출 비중이란 해당 국가의 EU 각 회원국의 전체 수출량 대비 대상 품목 수출 비중을 의미한다. 한국의 철강 수출 비중은 7.2%로 중국 1.4%와 일본 0.8%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한국의 철강산업 경쟁력이 EU 탄소국경조정 도입에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3>
한・중・일의 EU27 대상 수출과 수입 (단위: 백만달러)
자료: UN Comtrade
<표 4>
한・중・일의 EU27 대상 탄소국경세 대상 주요 품목의 수출 비중
자료: UN Comtrade
2. EU 탄소국경조정 시나리오 설정과 인증서 비용 추정
본 분석은 <표 2>의 품목 중 철강 제품의 간접배출량을 포함한 내재배출량 기준으로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철강 품목을 선택한 배경은 다른 재화와 달리 국가별 직간접 내재배출량을 참조할만한 EU 조사 자료나 문헌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으로 구성하였다.
기본 시나리오(S1)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철강 산업이 생산한 철강 재화가 EU 27개국에 수출되고 해당 재화에 탄소국경세를 부과된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다음을 가정한다.
1) EU의 탄소국경세 부과에 따른 3개국의 철강 재화의 수요가 감소하고 해당 감소량은 EU 각 회원국의 철강 사업체가 대신 생산한다. 따라서 해당 수요 감소분은 회원국 철강산업의 총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
2) 3개국의 철강산업의 총생산량은 수요 감소량만큼 감소한다.
첫번째 가정 중 EU 각 회원국의 철강 사업체가 해당 감소분을 전부 생산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일 수 있으나 EU가 CBAM을 도입하는 취지에 부합한다. 두번째 가정에 의하여 우리나라 철강 산업의 가격 경쟁력은 탄소국경세 부과에 따라 약화된다. EU의 철강산업이 해당수입분을 대체 생산하면서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다. 이 가정을 전제한 결과는 EU 국가들의 자국 산업이 모든 수입분 생산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바이나 현실적으로 그 대체 정도에 따라 EU 철강산업과 전방공급사슬로 연계된 우리나라 사업체들이 생산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본 분석의 파급경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① 직접경로: 탄소국경세 부과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이 가격경쟁력을 하락시키고 대 EU 수출량이 감소한다.
② EU 시장재편: EU 산업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면서 해당 산업과의 교역국의 무역 거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경우, 광업, 물류, 수송)
EU CBAM 도입은 수출국 산업에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해당 수출국의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계된 간접경로에 의하여 다른 국가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EU가 중국의 철강산업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여 중국산 철강 수요가 감소할 때에 중국 철강 산업과 공급망으로 연계된 우리나라의 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단, 산업연관분석 모형에서 간접경로를 모형화하는데 제약이 있으므로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비교하면서 간접경로 파급효과를 유추해본다. 이를 위하여 기본 시나리오(S1) 이외에도 EU 탄소국경세가 중국과 일본 철강 재화에만 부과하는 시나리오(S2), EU 탄소국경세가 한국 철강 재화에만 부과하는 시나리오(S3)를 추가하여 분석한 결과를 비교한다.
탄소국경조정제 인증서 비용(부담비용)은 식 (1)으로 추정하였다. 한국, 중국, 일본 3개국과 EU의 온실가스 내재배출량은 탄소세 부과 당사국인 EU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참조하여 설정한다. 유럽위원회(EC)가 2022년 발간한 JRC 기술보고서6)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EU의 철강산업 직접배출량과 간접배출량을 포함한 내재 배출량과 내재배출량 차이는 <표 5>에 제시된 바와 같다.7)
EU-ETS 가격은 톤당 80달러를 적용했고8) 한국, 중국, 일본의 톤당 철강 가격은 Reuter 기사9) 등의 평균가격 정보를 인용하여 평균 (중국) $495, (한국) $522, (일본) $629으로 가정하였다. 톤당 철강 EU의 수입 가격탄력성은 Ghosdisi et al.(2016)가 추정한 탄력성 0.9를 적용하였다.
<표 5>
한・중・일과 EU의 내재배출량과 인증서 단위 가격
| 국가 |
내재배출량 (t CO2e/t) | EU 내재배출량과 차이 |
배출량 차이 ×EU ETS가격($/CO2e톤) |
| EU(벤치마크) | 1.15 | 0 | 0 |
| 한국 | 1.5 | 0.35 | 28 |
| 중국 | 1.7 | 0.55 | 44 |
| 일본 | 1.69 | 0.54 | 43.2 |
국가별 인증서 비용 산출은 우선, UN Comtrade의 수출거래 물량(kg)을 톤 단위로 환산한 후 내재배출량과 벤치마크 배출량 차이를 곱하고 EU-ETS 가격을 곱하여 인증서 비용을 계산한다. 각 수출국 탄소비용은 0이라고 가정하였다. 탄소국경조정세를 수출품에 부과하면 수출가격은 해당 금액만큼 상승하고 수출물량은 가격 상승분의 0.9만큼 줄어든다. 물량 감소분에 철강재화 단위가격을 곱하여 국가별 철강산업의 수입 감소분을 계산한다. 결론적으로 각 수출국가의 철강산업(basic metal)의 수요량이 수입 감소분만큼 감소하고 무역 대상인 EU 국가의 철강산업의 수요는 해당 감소분만큼 증가하는 구조로 반영하였다.
<표 5>의 한국 철강산업의 총인증서 비용은 1,508억원으로 김동구・손인성(2021)이 제시한 2,583억원보다 낮게 추정되었다. 이 차이는 EU-ETS 가격이나 내재배출량 가정에 따라 발생하며 김동구・손인성(2021)이 거래금액 기준으로 산출한 바와 달리 본 분석에서는 거래물량(kg) 기준으로 산출한 데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본 분석의 결과를 해석 시에는 해당 결과가 톤당 철강가격 수준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Ⅳ. 산업연관분석
1. 분석 방법론
산업연관분석(또는 투입산출분석, Input-Output Analysis)은 한 국가 경제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산업 간 상호의존관계 또는 서로 다른 지역의 산업간 의존관계를 수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한 산업이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다른 산업에서 생산된 재화를 중간재로 구매하며 중간재 산업 역시 다른 산업이 생산한 재화를 중간재로 구매한다. 산업연관표는 현실 경제에서 이러한 산업 간 상호의존 관계를 정량적으로 제시하며, 이 자료를 활용하면 특정 생산 부문의 충격이 다른 산업과 총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활용되는 세계산업연관표(WIOT, World Input-Output Tables)는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무역 구조가 글로벌 가치 사슬화되면서 EU 집행위원회의 후원으로 학자와 전문가들이 결성한 World Input-Output Database(WIOD.)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각 국가의 글로벌가치사슬 참여를 측정할 수 있는 자료가 부재하여 국가별 산업연관표와 통관통계자료를 결합하여 분석하였다. WIOT는 기존의 이중계상(double counting) 문제점을 해결하고 글로벌가치사슬 분석에 적합한 국가 간 거래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공개되는 WIOT 자료는 2016년 버젼으로 43개국, 56개 산업(제조업 19개, 농・광업 4개, 건설・서비스업 33개)의 직・간접 산업연관 정보를 포함한다. 단, 표본 기간이 2014년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이 WIOD 프로젝트 방법론을 준용하되 WIOT의 43개국에 ASEAN 국가를 추가하고 확장하여 제공하는 MIRO(multi-regional input-output tablse)의 2019년 자료를 기초하여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였다.
산업연관분석에서는 특정 재화의 최종수요의 증가액이 1단위가 주어졌을 때에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각 국가, 산업 부문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산출 정도를 추정한다. 총 세계경제가 개 국가와 개의 산업으로 구성된다면 식 (2)와 같이 표현된다.
여기서 는 투입계수 행렬, 는 산출액 벡터, 는 최종수요벡터로 표현된다. 투입계수 정의에 따라 는 중간재를 의미하며 를 더하면 총산출액 가 된다. 이 식을 전개하여 X에 대해 풀면 다음과 같다.
는 단위행렬이고 행렬 는 직간접효과를 모두 포함한 유발계수가 된다. 생산유발계수에 국내 수요 을 곱하면 국내 수요 1단위 증가할 때 이를 충족하기 위해 각 산업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총산출액 수준을 구할 수 있다. 여기서 투입계수는 특정 산업에서 생산하는데 필요한 중간재 즉, 다른 산업으로부터의 투입량을 의미한다. 정의상 투입계수는 각 부문 의 산출액 1단위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문이 생산한 중간재 비율이며, 일반적으로 로 표기한다. 투입계수의 정의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식 (4)와 같다.
는 중간재 금액이고 는 산출물 금액을 의미한다.
본 분석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라 수출국(한국, 중국, 일본)의 철강산업 수요가 EU 각 회원국의 철강산업 수요로 대체되는 상황을 외생적으로 반영하고 생산유발효과를 살펴본다.
산업연관 분석에서는 이중차분 분석과 유사한 논리로 제도 시행 전과 후의 각 유발효과의 차이를 비교한다. 2019년 기준 산업연관표 상의 유발효과를 탄소국경제 도입 전의 유발 효과로 간주하고 사업 시행 후의 유발효과는 제도 도입에 따른 국가・산업별 총생산량 변화와 총수요량 변화를 반영한 후 새로운 산업연관표를 추정한다.
추정방법으로는 양비례조정법(biproportional adjustment method, RAS 방법론)을 활용한다. RAS 방법론이란 기준 시점의 투입계수 행렬을 이용하여 비교 시점의 투입계수 행렬을 예측하는 데 이용하는 수학적 방법론이다. 기준 시점의 투입계수행렬인 가 주어질 때, 의 좌측에 중간수요계부터 도출된 행수정계수 벡터 을 곱하고, 의 우측에 중간수요계부터 도출된 열수정계수 벡터 을 곱하여 비교 시점에 대한 투입계수행렬 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행과 열 수정 벡터의 모든 원소가 1에 가까워질 때까지 반복하여 투입계수행렬의 수렴 값을 얻는다.
2. 생산유발효과
<표 6>은 S1, S2, S3의 시나리오에 따라 산출된 생산유발효과를 제시한다. 한・중・일의 철강산업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된 시나리오 S1에서는 3개국의 철강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감소한다. 한국의 철강산업에서는 생산유발효과에 의해 148.23백만 달러가 감소하고 중국의 철강산업에서는 945백만 달러가 감소한다. 반면에, EU 철강 수출 비중이 작은 일본에서는 8.54백만달러만 감소한다.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과 중국의 철강산업에 탄소국경세 부과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큰 반면에 내수 중심의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철강산업에만 탄소국경세를 부과한 시나리오 S2는 비현실적이나 S1과 S3의 생산유발효과와 비교하여 타국 철강산업의 생산감소 여파가 공급망 사슬로 연계된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S2 시나리오에서는 중국과 일본 철강산업의 생산 감소로 우리나라의 철강산업의 생산유발은 증가하나 다른 산업의 생산유발 감소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산업사슬에서 철강 산업은 중류(midstream) 산업에 속하며 철강은 인프라, 기계, 자동차, 조선, 가전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널리 사용되므로 EU 철강산업의 생산 증가가 부정적 영향을 상쇄시키며 오히려 국내 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긍정적으로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단, 이 효과는 EU 철강업이 수입 감소분 전체를 대체 생산한다는 강한 가정에 의한 결과이므로 EU 철강업의 대체 여부와 EU와 한국의 통상관계에 따라 유발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철강산업에만 탄소국경세를 부과한 시나리오 S3에서는 한국 철강산업에만 탄소국경세 부과에 따른 생산유발효과에 의하여 158.32백만 달러가 감소한다. 흥미롭게도 각 시나리오에서 자국의 철강산업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면 해당 산업은 부정적 영향을 받으나 글로벌 가치사슬 상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 산업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학전자, 고무플라스틱, 기계류, 운송, 물류 업종에서는 EU와 공급망 가치사슬에 의하여 생산유발효과가 늘어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한편, 한국의 철강산업 생산 감소로 중국과 일본의 철강산업 생산이 역시 감소하는 결과가 도출되었는데, EU 철강산업의 한국 철강산업 생산 교체 여파가 글로벌가치사슬 상의 양 국가의 철강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을 보인다.
<표 6>
생산유발효과
Ⅴ. 정책 시사점
본 연구는 국제산업연관분석모형을 이용하여 EU의 탄소국경조정제 도입이 한국, 중국, 일본의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본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수출 주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춘 한국경제의 관점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은 철강산업 등에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으나 전체 글로벌 가치 사슬 상에서는 그 위험이 분산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국경제 도입으로 철강과 같은 특정 산업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산업 전반적으로는 시장 다각화를 시도하여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본 연구 결과를 국제통상 관점에서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WTO 규정과 합치하는 CBAM 설계에 주력하는 중이나 탄소세 세제구조나 외부비용 부과방식은 국가별 산업이나 조세 구조에 따라 다양하다. 국가 간 탄소규제 방식과 강도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차이는 각 국가가 처한 에너지 시장 환경의 복잡성으로 인하여 환경규제 효과의 정확한 비교를 어렵게 만든다. 구체적으로 EU CBAM 안에서는 무상할당제도 폐지와 관련하여 WTO 규정을 준수하여 설계하는 것은 명시하였으나 국가간 환경규제 비용 차이를 명확히 정량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수출 리베이트 도입 이슈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결국 WTO 규정 위배와 관련한 통상분쟁 발생 소지가 매우 크다. GATT 1994 제3조 내국민대우 합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내상품과 수입상품의 동종 인지 여부를 제조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관점에서도 따져봐야한다. 일단 동종재화로 인지된다는 전제 하에 김호철(2021)은 이론적으로 EU가 자국의 주된 생산방식 근거한 법적기준치를 수출업자의 동종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리한 대우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국내상품과 수입상품에 대한 동일한 방식으로 조치를 적용하더라도 국가 사이 규제 해석 차이로 실질적으로 경쟁 상 불이익이 초래하면 협정 위반이 되므로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더불어, EU 위원회가 제20조 예외적 조항을 들 수 있으나 WTO 제소시 이를 원용하는 당사국인 피소국이 이를 증명할 책임이 따른다. 대체로 GATT의 보수적 해석 관점에서 예외적 조항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므로 예외적 조항 적용과 관련해서는 패널 사이 이견이 생길 여지가 크다. 이처럼, 탄소국경조정안은 WTO 규정과 합치성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므로 탄소국경조정안 이행과 관련하여 무역당사국 사이 통상분쟁은 연이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의 산업연관분석 결과와 WTO 규정과 합치성 논의를 토대로 EU CBAM 도입에 따른 국내 산업 경제의 피해는 철강산업을 제외하고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소국경조정 분쟁 요소가 국가별 에너지시장 환경 차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에너지 요금 규제 등 시장 경직성이 큰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EU 국가들이 탄소국경조정 분쟁에서 축적된 수출당사국 정보를 기반하여 다른 불공성 시비를 제기할 수 있다. 즉, 탄소국경조정분쟁에서 제공된 수출국의 에너지 시장 및 산업 상세 자료를 토대로 WTO 보조금 분쟁 등 또 다른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해당 산업별 내재배출량, 환경규제 비용 등의 구체적인 자료를 축적하고 과학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입증한 통계를 축적하여 통상분쟁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부는 국내 에너지 시장 경쟁 도입을 통한 시장 가격 정상화 및 에너지 세제 체계의 투명한 개편을 통하여 향후 국제통상 분쟁에서 우리 산업이 유리한 주장을 펼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한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도 탄소국경조정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국가 간 기회 비용 차이에 환경규제 비용을 반영하여 무역 순위를 바꿔보려는 선진국의 실리적 의도가 크게 담겨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 정책을 표면적, 상징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 경쟁력 확보를 전제로 한 실리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