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Ⅱ. 선행연구 및 연구가설
Ⅲ. 연구 모형 및 자료
Ⅳ. 분석 결과
1. 탄소 집약도가 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분석 (H1)
2. 배출권거래제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H2)
3. 기업의 규모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의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H3)
4. 탄소다배출 업종이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H4)
5. 강건성 검정 – 에너지 집약도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분석
Ⅴ. 결 론
Ⅰ. 서 론
세계적으로 탄소 저감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한국은 2021년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에서 2030년 국가 자발적 감축 목표(National Determined Commitment; 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26.3%에서 40%로 상향 발표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러한 높은 탄소저감 목표는 에너지 집약적인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이다. 2018년 기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5.8%를 차지하며, 이는 전환부문 37% 다음으로 많은 비중이다. 한국의 주력업종인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시멘트와 같은 탄소 다배출 4대 업종은 전체 산업 부문 탄소 배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계획된 탄소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해당 업종의 탄소 저감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관계부처합동, 2021).
수익극대화가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의 탄소 저감을 유도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법은 기업의 탄소저감 노력이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 CI)는 원단위 생산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발생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탄소저감 노력에 대한 직접적인 지표로 활용 가능하다. 탄소 집약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단위 생산에 더 적은 탄소를 발생시킨 기업으로 탄소저감 노력을 통해 탄소를 더 효율적으로 다루는 기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탄소 집약도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직접적인 경로와 간접적인 경로로 구분할 수 있다(Ang and Goh, 2016; Wang et al., 2018).
대표적인 직접적인 경로는 탄소의 외부비용이 기업 생산비용에 내재화되어 기업의 가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 이다. <표 1>에 정리된 바와 같이, 배출권거래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에 도입이 되어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과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을 거쳐 현재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시행 중이다. 1차 계획기간은 과거 배출량기반으로 할당하는 Grandfathering(GF) 방식을 적용하였으며 100% 무상할당을 했다. GF 방식은 과거 배출량에 근거하여 할당량이 정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많이 줄일수록 차년에 더 적은 할당량을 받는 구조여서 감축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역인센티브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차 계획기간부터 업종의 원 단위 배출량 기반 할당 방식인 Benchmark(BM) 방식이 적용되었다. BM은 해당 업종의 평균적인 원 단위 배출량인 탄소 집약도를 기반으로 할당량이 정해지기 때문에 업종 평균 이상의 탄소 집약도 개선을 꾸준히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삼정KPMG경제연구원, 2018).
<표 1>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별 특징
과거 배출량기반 할당참여 기업 수는 2015년 555개로 시작해서 2021년 687개까지 증가하였다. 참여업체와 배출량 커버리지는 꾸준히 확대되어서 3차 계획기간은 국가 배출량의 73.5%를 커버한다. 배출권 할당방식은 제1차 계획기간에는 전량 무상할당을 하다가 2차 계획기간부터 3% 유상할당을 시작해서 3차 계획기간은 전체의 10%를 유상할당으로 배정하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배출권 가격과 유상할당량의 증가는 기업의 생산활동에서 탄소비용의 부담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환경부, 2020).
탄소배출권 가격은 [그림 1]에서 확인 가능 하듯이 2015년 1월 12일 최초로 KRX에 상장되어서 8,640원/CO2-ton으로 거래를 시작해서 연말기준 2015년 12,000원/CO2-ton, 2017년 22,500원/CO2-ton, 2019년 40,900원/CO2-ton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과 배출권 이월제한 정책으로 잉여 배출권의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배출권가격이 2020년 12월 19,400원/CO2-ton, 2021년 6월 10,500원/CO2-ton으로 2016년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ETS 계획기간별 특징을 대표하는 배출권 할당량 결정방식, 무상할당 여부, 탄소배출권 가격 수준은 탄소 집약도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경로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탄소 집약도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경로는 첫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을 기반으로 자발적인 기후변화 경감 활동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는 RE100 이니셔티브이다. 애플, 구글과 같이 마진율이 높은 기업은 RE100 시행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보다 기업이미지 제고를 통한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업가치 극대화에 더 유리하다. 둘째는 ESG 등의 환경 경영 요건을 충족시킴으로써 그린펀드의 투자를 더욱 촉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EU 녹색 분류체계 (Green Taxonomy)가 대표적인 예이다. 유럽은 EU 녹색 분류체계를 기반으로 친환경 업종과 기업을 분류하여 금융, 세제 혜택 지원을 통해 투자확대를 유도한다. 친환경 기업은 금융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는 신호가 시장에 제시되면 자본시장에서 이러한 기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EU Technical Expert Group on Sustainable Finance, 2020).
본 연구는 기업의 탄소 집약도 개선이 기업가치 증가로 이어지는 유인 구조가 우리나라에 잘 형성되어 있는지 국내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687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1년-2021년 기간의 자료를 이용해 실증분석하였다. 방법론으로 Panel 고정효과 모형과 확률효과 모형을 적용하였다. 기업 가치를 위해 적용된 변수는 기업의 현재 생산활동의 결과로 실현된 가치를 나타내는 순이익과 기업의 미래 잠재력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반영되어 있는 시가총액을 적용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질문은 다음 3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첫째, 기업의 탄소 집약도 개선이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지를 분석한다(H1).
둘째, 기업의 탄소저감을 유도하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인 배출권 거래제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하는지 분석한다(H2).
셋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대기업에서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사이의 관계가 더욱 공고한지 분석을 통해 규모효과(H3)를 살펴보고, 탄소 다배출 업종이 타업종보다 두 변수 간의 관계가 더 강한지 분석을 통해 업종효과(H4)를 분석한다.
탄소저감과 국가 수출 경쟁력을 모두 추구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기업의 탄소 저감 노력이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세, RE100 등 대외적인 탄소저감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제 구조로 변화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시해줄 수 있다.
본 논문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탄소 배출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본다. 3장에서는 분석에 활용되는 연구모형 및 데이터에 대해서 설명한다. 4장에서는 분석 결과와 강건성을 확인한 후 5장에서 본 연구의 결론은 제시한다.
Ⅱ. 선행연구 및 연구가설
탄소 배출과 기업의 수익성간의 관계를 전통 계량기법으로 살펴본 논문으로 Homroy(2023), Ghose et al.(2023), 김선화・정용기(2020), 육근효(2010)가 있다. Homroy(2023)는 2007-2017년 기간동안 309개 영국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와 기업의 총자산수익률 (ROA)간 관계를 패널분석 하였다. 분석결과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의 ROA가 낮게 형성되어 있음을 보였다. Ghose et al.(2023)는 2015년- 2020년 기간 동안의 인도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탄소생산성이 수익성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패널분석을 했다. 분석 결과 탄소생산성은 인도 기업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였다.
국내 연구로 육근효(2010)는 2003-2008년 기간동안 36개 한국 기업자료를 바탕으로 탄소생산성이 기업의 ROA와 토빈Q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였으며, 탄소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에서 높은 재무적 성과가 나타남을 보였다. 김선화・정용기(2020)에서는 2013-2017년 한국의 기업자료를 바탕으로 탄소 집약도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 간에 자기자본 수익률(ROE)과 총자산수익률(ROA)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분석하였다. 연구는 탄소 집약도가 낮은 그룹이 높은 그룹보다 ROE와 ROA에 있어서 우수한 성과를 발휘함을 보였다.
배출권거래제가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으로 이영지・윤순진(2022), 김길환(2019), 김선화・정용기(2022) 등이 있다. 이영지・윤순진(2022)은 이중차분(Difference-in-Difference)모형을 사용해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차 계획기간에 매출액에서 유의한 증가 효과가 나타났으며, 매출원가율과 ROA는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한 전체 기간에서 전반적으로 개선되어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길환(2019)은 사건연구방법을 통해 배출권거래제 관련 사건이 기업 가치에 주는 영향을 분석했다. 본 연구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기업들의 평균적인 기업 가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음을 보였다. 김선화・정용기(2022)는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의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1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 거래제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2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 거래제로 수익성이 감소함을 보였다.
그 밖에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 등을 기반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분석 방법을 사용해 탄소배출과 기업 가치를 분석한 연구에는 In et al.(2017), Oestreich and Tsiakas(2015), 신동현(2019) 등이 있다. 특히 신동현(2019)에서는 탄소비효율성에 따라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배출권거래제 도입이후 탄소비효율성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의 이유로 배출권 무상할당을 언급하였다.
본 연구가 가지는 선행연구와의 차별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선행연구에서 탄소 집약도 그룹 간 배출권 거래제의 영향을 단순화하여 분석한 것을, 본 연구는 패널모형을 기반으로 분석하였으며,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의 관계를 현재의 기업성과를 나타내는 순이익 관점과 미래의 기대가 반영된 시가총액 관점으로 확장해서 분석하였다. 둘째,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긍정적 관계에 규모효과와 업종효과가 존재하는지 분석하였다. 셋째, 탄소 집약도와 성격이 유사한 에너지 집약도에서도 동일한 관계가 관찰되는지 강건성 분석을 하였다. 언급한 차별점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본 연구에서 검증하려는 주요 가설은 다음과 같다.
H1.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의 탄소 집약도 하락이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진다.
H2. 배출권거래제는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음의 관계를 강화한다.
H3. 탄소저감 기술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대기업에서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규모효과가 존재한다.
H4. 탄소저감 기술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탄소 다배출 업종에서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업종효과가 존재한다.
Ⅲ. 연구 모형 및 자료
기업의 탄소 집약도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기본모형은 식 (1)과 같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본 연구에서 기업가치는 현재의 기업성과를 나타내는 순이익(profit)과 미래의 기대가 반영된 시가총액(mktcap)을 적용하는데 본 모형은 순이익 관점에서 보여준다. Hulshof and Mulder(2020)을 참고하여 기본적인 생산요소인 노동(L)과 자본(K)을 생산활동의 주요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통제변수들 있을 수 있으나 모형의 간결성을 위해 핵심 생산요소만 포함시켰다. 또한 업종효과(λ)와 연도효과(𝑓)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더미변수를 통해 통제하였다. 모든 변수는 로그변환을 적용하였고, 업종효과를 반영하기 위한 산업더미는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2차 계획 분류기준을 참고해 26개 업종으로 분류했다. 𝑖는 기업, 𝑡는 연도, j는 업종을 의미한다.
식 (2)는 배출권 거래제(ETS) 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가치와의 관계를 강화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교차항으로 적용하였다. ETS는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 시스템(NGMS) 자료를 기반으로 적용하였으며 해당기업에 연도별로 ETS가 적용되는 상황이면 1, 아니면 0을 가지는 더미변수 형태를 가진다. 식 (3)과 식 (4)는 각각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에 규모효과와 업종효과가 존재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모형이다. 대기업 변수(Lfirm)는 2021년 총자산이 1조원 이상이면 1, 아니면 0으로 구성된 더미변수 형태를 가진다. 다배출업종 변수(HEind)는 산업통상자원부(2023)의 자료에 근거하여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다배출업종으로 분류하였다. 다배출 업종에 해당하면 1, 해당하지 않는다면 0을 갖는 더미변수이다. 다배출 업종에서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의 관계가 더 공고하다면 교차항의 계수 값이 음(-)으로 유의한 값이 나올 것이다. <표 2>는 본 연구에 적용된 변수들의 특성과 출처를 보여준다.
<표 2>
변수 설명
본 연구는 ETRS 배출권 등록부 시스템에서 2021년 탄소배출량 자료를 제공하는 687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시행하였다. 분석기간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이다. 이 기간은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았던 2011년-2014년, 제1차 계획기간인 2015년-2017년, 제2차 계획기간인 2018년-2020년, 제3차 계획기간의 일부인 2021년을 포함한다. 탄소배출량 자료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ETRS 배출권 등록부 시스템을 통해 제공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자료는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측정하여 발표한 탄소배출량이고, ETRS 배출권 등록부 시스템의 자료는 국가에서 인증한 배출량 자료이다.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배출권 등록부 시스템의 자료를 우선적으로 적용하였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5년 이전에는 배출권 등록부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자료를 적용하였다.
매년 탄소배출량이 측정되는 기업의 수가 늘어나 2011년 350여개에서 2021년 680여개까지 증가하였다. 2021년 탄소배출 자료를 기준으로 기업을 정했기 때문에 2021년 이전의 탄소배출 자료가 없는 기업들이 존재하게 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본 연구에 적용된 자료는 불균형 패널(unbalanced panel)의 형태를 가진다. 순이익, 시가총액, 자본, 종업원 수 등의 기업 재무재표 상의 자료는 한국신용평가정보(주)의 KIS-VALUE Database를 이용하였다. ETS 참여 시기는 국가 온실가스 종합 관리 시스템(NGMS)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표 3>은 주요 변수들의 기초통계량을 보여준다.
<표 3>
기초통계량
<표 4>는 환경부(2018)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2차 계획의 업종 분류를 기준으로 26개 업종별 기업분포와 탄소 집약도 수준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업종구분은 이 분류체계를 따른다.
<표 4>
업종별 분포 및 탄소 집약도
Ⅳ. 분석 결과
1. 탄소 집약도가 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분석 (H1)
<표 5>은 앞서 식 (2)의 모형을 기반으로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의 직접적 관계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순이익과 시가총액을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대리변수로 적용하였으며 고정효과(Fixed effect, FE) 모형과 확률효과(Random effect, RE) 모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패널분석 모형에서 업종 효과와 연도 효과를 모두 통제하였다. 분석결과 순이익과 시가총액 모두 1% 유의수준에서 탄소 집약도가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탄소 집약도가 개선되어 감소할 경우 기업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H1을 지지한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의 경우 탄소 집약도 개선이 기업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구조가 상당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기업성과를 나타내는 순이익과 미래 성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시가총액 둘 다에서 높은 상관관계를 가짐을 보였다. 즉 탄소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5>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 영향 분석
2. 배출권거래제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H2)
<표 6>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를 동조화시키는 핵심 정책인 배출권 거래제가 실질적으로 목적에 부합하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한 전체기간에 대해 분석을 시행했으며 고정효과와 확률효과 모형 결과를 제시하였다. 배출권거래제 시행 후 배출권 가격 증가, 배출권 유상할당 점진 확대 등의 이유로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비용 압력이 작용해 탄소 집약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업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기존 H2의 예상이었다.
<표 9>는 업종통제를 적용하였으며, 연도통제의 경우 적용한 결과와 적용하지 않은 결과를 함께 제시하였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나타내는 ETS 변수는 시행한 연도는 1, 시행하지 않은 연도는 0으로 표현되어서 더미변수의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미변수 형태의 연도통제가 함께 이루어질 경우 ETS 효과가 상당부분 연도효과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ETS 효과가 과소평가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이를 비교하기 위해 연도효과를 제거한 분석을 추가적으로 수행하였다.
분석결과 연도효과가 포함된 모형에서는 ETS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로 앞서 우려하였듯이 연도효과가 ETS효과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결과로 해석된다. 연도효과가 제외된 모형을 보면 탄소 집약도와 ETS의 교차항이 순이익의 경우 유의하지 않지만 시가총액에서는 유의하게 두 변수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집약도와 순이익 간의 관계에서 ETS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과는 크게 3가지 요인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ETS 정책의 강도가 약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탄소 집약도 개선이 기업 이윤으로 연결된다는 인센티브를 강하게 주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30년 NDC 목표로 2018년 대비 40% CO2 감축을 목표를 세웠지만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산업부문은 15% 수준으로 제한적인 감축만 추진 중이다. 이런 배경으로 2015-2017년의 ETS 1기에서 탄소배출권은 무상할당되었으며, 2018-2020년의 ETS 2기에서도 3% 수준의 매우 제한적인 유상할당만 이루어졌다. ETS 2기 들어 할당기준이 Benchmark로 바뀐 것을 감안하더라도 업종 평균수준의 탄소배출을 할 경우 미미한 비용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둘째,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산업 전반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탄소배출이 감소하여 잉여 배출권이 대거 발생했고, 2019년 배출권 이월제한 정책이 시행되면서 잉여 배출권을 차년으로 이월하는 것이 제한되었다. 이로 인해 배출권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배출권 가격이 대폭 하락하였다. 셋째, ETS로 기업이 탄소 집약도 개선에 투자하고 이것이 높은 이윤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탄소저감기술 비용투자, 탄소저감 비용경쟁력 확보, 업종내 경쟁우위, 이윤증가의 순서로 통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ETS 압력으로 탄소 집약도 개선을 위한 기술투자 비용증가가 결국 이윤증가로 실현되는 데에는 일정기간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ETS 도입이 상대적으로 초기로 아직 기술투자가 이윤증가로 실현되지 못한 과정에 머물러 있을 수 있으며 이럴 경우 ETS 정책의 영향이 제한적으로 산업부문에서 관찰될 수 있다.
<표 6>
배출권거래제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반면 순이익과 다르게 주식시장에서 평가되는 시가총액은 기업의 선도적인 탄소저감활동이 관찰될 경우 미래의 이윤 증가를 미리 예견하고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즉 시가총액은 순이익보다 더 민감하게 탄소 집약도와 ETS 정책에 반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분석결과 탄소 집약도와 시가총액은 음의 관계를 가지며 ETS 정책이 이 관계를 성공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한국의 ETS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양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뜻한다. 본 시가총액 분석은 ETS 참여 기업 중 상장된 기업만 해당되기 때문에, 기존 연구의 표본과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하므로 두 결과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본 분석결과는 ETS 정책의 영향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3. 기업의 규모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의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H3)
<표 7>에서는 모형 (3)을 기반으로 기업의 규모가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동일하게 고정효과와 확률효과 모형을 적용하였으며, 업종효과와 연도효과를 통제하였다. Lfirm은 자산 1조원 이상일 경우 1의 값을 갖는 가변수이다. 자산 1조원 이상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확률효과모형에서 탄소 집약도 개선이 더 강하게 순이익과 시가총액 증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이익의 경우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탄소 집약도 개선에 대한 투입비용 대비 이익증대가 더 커지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이해 가능하다. 시가총액의 경우 기업규모가 클수록 탄소 집약도 개선으로 인한 미래 기업가치 증대의 잠재성을 시장에서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고정효과모형은 기업규모 효과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본 규모효과 분석 결과는 보다 주의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표 7>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기업 규모효과 영향 분석
4. 탄소다배출 업종이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H4)
<표 8>은 모형 (4)를 기반으로 탄소 다배출 업종이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HEind는 탄소를 집중적으로 배출하는 업종인 철강, 반도체, 시멘트, 석유화학 업종일 경우 1의 값을 가지는 가변수이다. 탄소 집약도와 HEind의 교차항은 순이익과 시가총액에서 모두 유의한 음의 값을 보여 다배출 업종에서 타업종 대비 탄소 집약도 개선이 더욱 강하게 기업가치 증대로 연결됨을 보였다. 이는 앞서 규모효과에 대한 설명과 유사하게 탄소 다배출 업종의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로 탄소저감 비용대비 그 편익이 더 크게 나타나고, 기업의 잠재적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도 더 높게 형성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 가능하며, 본 연구의 H4 가설을 지지한다.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며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이런 업종에서의 탄소저감 노력이 필수적이다. 본 연구 결과는 탄소다배출 업종의 경우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의 동조화가 더 강하게 형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에서 다배출 업종 중심으로 산업부문 탄소저감의 유인체계가 더욱 잘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해 준다.
<표 8>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의 업종효과 영향 분석
5. 강건성 검정 – 에너지 집약도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 EI)는 단위 산출당 에너지 사용량을 나타낸 지표로 생산을 위해 에너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Li et al.(2023), Emir and Bekun(2019) 등에서는 에너지 집약도와 탄소배출이 밀접한 관계를 가짐을 보였다. 같은 산출물을 생산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집약도 개선은 탄소배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탄소 집약도 개선으로 연결된다. Luukkanen and Kaivo-oja(2002)는 에너지 집약도와 탄소 집약도가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짐을 보였다. 한편 에너지구조가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저탄소 구조로 전환될 경우 에너지 집약도와 탄소 집약도의 상관관계는 약화되기도 한다.
본 절에서는 기존 분석결과를 더욱 강건하게 살펴보기 위해 탄소 집약도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 에너지 집약도를 종속변수로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기업 단위의 에너지 집약도는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을 매출로 나눈 값으로 에너지 사용량 자료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통해 수집했다.
<표 9>는 에너지 집약도와 순이익 간의 분석결과를 보여준다. 에너지 집약도는 순이익과 유의한 음의 관계를 가져 에너지 집약도 개선이 기업 순이익 증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TS 효과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기업 효과는 확률효과모형에서 에너지 집약도와 순수익 간의 음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배출업종 효과는 고정효과와 확률효과모형 모두에서 두 변수간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결과가 탄소 집약도와 큰 틀에서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9>
에너지 집약도(EI)가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
<표 10>은 에너지 집약도와 시가총액 간의 분석결과를 보여준다. 에너지 집약도와 시가총액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음의 관계를 가져 에너지 집약도 개선이 시가총액 증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TS 효과는 탄소 집약도 분석과 동일하게 1% 유의수준에서 유의한 음의 값을 보여 자본시장 관점의 기업가치에 ETS는 에너지 집약도의 영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효과 또한 탄소 집약도와 동일하게 유의하게 나타났으나, 다배출업종 효과는 탄소 집약도와 결과가 다르게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석유화학, 반도체와 같은 다배출 업종의 경우 탄소배출이 에너지사용보다는 공정상의 배출이 많아 탄소 집약도와 에너지 집약도의 동조화가 타업종대비 낮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표 10>
에너지 집약도(EI)가 시가총액에 미치는 영향
Ⅴ. 결 론
본 연구에서는 산업부문에서 지속적인 탄소저감 추진이 가능한지에 대한 핵심적인 경로인 기업의 탄소 집약도 개선 노력이 기업의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지를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2011-2021년 기간에 대해서 실증 분석하였다. 또한 탄소 집약도와 기업 가치간의 동조화에 배출권 거래제 정책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였고, 함께 기업의 규모효과, 업종효과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탄소배출권거래제 참여 기업의 경우 탄소 집약도 개선은 기업 가치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현재의 기업성과를 나타내는 순이익 관점과 미래의 기대가 반영된 시가총액 관점에서 모두 높은 유의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생산비용에 내재화하는 핵심 정책인 배출권 거래제는 탄소 집약도와 기업 이윤 간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통계적 근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는 높은 무상할당 비중, 낮은 배출권 가격 등으로 배출권 거래제가 큰 비용요소로 작동하지 않아 이윤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제가 탄소 집약도와 시가총액 간의 관계는 강화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높은 탄소저감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미래 높은 잠재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이해가능하다.
셋째, 대기업이 탄소 집약도 개선으로 인한 기업의 가치 상승효과를 더 누린다는 규모효과는 확률효과모형에서 확인되었다. 탄소다배출 업종에서 탄소 집약도 개선으로 인한 기업 가치 상승효과를 더 누린다는 업종효과는 강한 통계적 유의성과 함께 확인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력업종인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서 탄소저감을 위해 핵심 유인이 더욱 잘 작동하고 있으며 산업부문 NDC 목표 달성이 희망적임을 보여준다.
2030년 NDC 목표에서 수출경쟁력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부문은 2018년 대비 11.4% 감축 목표를 제시한 반면 전환부문은 45.9% 감축목표를 제시해서 산업부문의 부담을 전환부문이 떠안은 구조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35.7%의 탄소배출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감축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산업부문에서 막대한 탄소를 저감해야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자발적인 감축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탄소저감 노력이 기업의 가치 증가로 이어지는 유인체계가 필수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유인체계가 우리나라에 잘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유인체계의 핵심적 정책수단인 배출권거래제는 정책 취지대로 탄소 집약도와 기업 이윤의 연결고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데 성공적이지 않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배출권이 대부분 무상할당 되고 20년, 21년 코로나 팬데믹과 19년 이월제한정책으로 배출권 가격이 폭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궁극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가 기업의 탄소 집약도 개선을 더 독려하는 강력한 경제적 유인을 만드는 데는 제한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탄소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높은 탄소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과 가치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그것이 시장에서 실현될 때 우리는 지속가능한 저탄소 경제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