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Ⅱ. 선행연구 및 이론적 배경
1. 금리 조정(물가조정) 및 재정정책에서의 시간불일치
2. 에너지가격 결정에서의 시간불일치
3. 시간불일치로 인한 비효율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안
Ⅲ. 국내 가스요금 및 미수금 현황
1. 가스요금 체계
2. 원료비연동제
3.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 현황
Ⅳ. 게임이론적 분석
1. 모형의 설정
2. 부분게임 완전균형(Subgame Perfect Equilibrium) 도출
3. 장기부담() 확대 시 요금 인상 결정의 구조변화: 비교정학 접근
Ⅴ. 결론 및 시사점
Ⅰ. 서 론
국제 에너지가격의 급격한 변동성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가스와 원유 등 대부분의 1차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에너지가격의 변화가 국내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급격한 에너지가격의 증가는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며,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도시가스로 공급되고 있는 만큼,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도시가스 요금은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LNG는 발전, 산업, 난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어 그 가격 변동은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제 LNG 가격 변동이 국내 도시가스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원료비연동제를 도입하였다. 이는 일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분을 도시가스요금에 반영함으로써, 가스 공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 신호를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국제 LNG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국민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원료비연동제에는 유보조항이라는 예외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유보를 결정하면 가스공사는 반드시 따라야 하며, 유보로 발생한 비용은 가스공사의 미수금으로 처리되어 추후 정산된다. 이러한 유보조항은 국제 LNG 가격 급등으로 인한 단기적 경제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유보조항이 반복적으로 시행될 경우, 미수금이 누적되어 가스공사의 차입 및 이자 비용 등 재정 부담이 가중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본 연구는 도시가스요금 결정 구조에서 원료비연동제의 유보조항이 현행 제도하에서 반복 시행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시간불일치(time inconsistency) 이론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시간불일치 이론은 정부나 정책 입안자가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정책 집행 과정에서 단기적 유인에 의해 목표를 수정하거나 지연함으로써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Kydland and Prescott(1977)의 연구와 Barro and Gordon(1983)의 통화정책 분석을 통해 확립된 시간불일치 이론은 재정・통화정책, 규제정책, 산업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어왔다. 또한 본 연구는 잦은 원료비연동제 유보 시행이 에너지 가격 신호를 왜곡함으로써 소비자의 비합리적 에너지 소비와 가스 공기업의 재정 부담을 초래하여 가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과정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도시가스요금 결정 과정을 동태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여기에 단순화된 게임이론적 모형을 도입한다. 국제 LNG 가격 상승에 따른 도입비용 증가는 원료비연동제에 의한 요금 인상과 유보조항 활용 중 하나를 정부가 선택하도록 한다. 요금 인상률이 높아질수록 물가 상승, 사회적 반발, 추가 복지예산 등 단기적 비용이 증가한다. 반면 유보조항을 활용하면 단기적 부담은 완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기업 미수금 누적과 차입 및 이자 비용 증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가격 기능 약화로 소비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미수금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러한 의사결정 반복으로 단기 부담 회피 선택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더 큰 폭의 요금 인상이나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정부가 장기적 원칙을 수립하더라도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단기 안정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 비용이 현시점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시간불일치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게임이론적 관점에서 역진귀납법을 적용하면, 지속되는 단기 부담 완화 정책 선택으로 대규모 누적 비용을 초래하는 균형점에 이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에너지가격 결정의 단기적 판단은 장기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시간불일치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 정책의 설계와 운영에 있어 장기적 비용을 내재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이다. 이러한 관점은 통화정책 분야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와 규칙 기반(rule-based) 접근을 통해 시간불일치 문제를 완화하고자 한 노력과 그 맥을 같이한다. 통화정책 영역에서는 정책 결정의 재량성을 축소하고 일관성을 제고함으로써, 경제 주체들이 긍정적으로 기대하게 하여 정책의 장기적 실효성을 높여왔다.
에너지 가격 정책에서도 유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시간불일치 문제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요금 안정과 장기적으로는 시장 효율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경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상황에서도 복원력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 에너지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지속 가능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2장에서는 시간불일치 이론과 관련된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그 이론적 배경을 정리한다. 재정・통화정책 분야에서 발전된 시간불일치 이론의 에너지 요금 결정 과정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국내외 사례와 기존 문헌이 시사하는 바를 고찰한다. 3장에서는 한국 도시가스요금 제도의 현황을 개괄한다. 원료비연동제와 유보조항의 구체적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미수금 누적 현황 등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도시가스요금 결정 과정을 동태적 게임이론 관점을 통해 단순화된 형태로 모형화한다. 이를 통해 다기간에 걸친 정부의 재량적 정책 선택이 장기 부담을 누적시켜온 과정을 분석한다. 5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정책 시사점을 도출한다. 유보조항 활용 기준 강화, 가격 신호 보완책 도입 등 실질적인 정책 개선 방향을 제언하는 한편, 후속 연구를 위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Ⅱ. 선행연구 및 이론적 배경
본 장에서는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불일치(time inconsistency)에 대한 선행연구 및 그 이론적 배경을 정리하고자 한다. 시간불일치란 장기적으로는 이상적이라고 판단된 계획이 단기적 유인 구조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준수되지 않는 현상이다. 시간불일치 이론의 선행연구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금리 조정 및 재정정책에서의 시간불일치에 관한 연구이다. 거시경제학 분야의 선행연구를 통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불일치가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둘째, 에너지가격 결정의 시간불일치에 관한 연구이다. 에너지가격 결정 분야에도 거시경제학 분야와 유사한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관련된 이론적 논의를 검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간불일치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완화하기 위한 기존 연구의 제안을 검토한다.
1. 금리 조정(물가조정) 및 재정정책에서의 시간불일치
시간불일치 문제를 최초로 정식화한 대표적 연구로 Kydland and Prescott(1977)이 널리 알려져 있다. 통화정책 당국이 장기적으로 물가안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 해도,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을 위해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정치・경제적 유인이 작용함을 지적하였다. 그 결과 사회에 최적인 저인플레이션 경로가 실제 정책 실행 단계에서 준수되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되어 사회후생 손실이 초래된다. Barro and Gordon(1983)은 해당 논의를 보다 정교한 모형실업, 물가, 기대인플레이션 간 상호작용으로 확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저인플레이션에 대한 계획과 단기적으로는 고용을 조금 더 늘리고 싶다는 욕구가 상충하여, 최종적으로 인플레이션 편의가 누적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거시경제 이론은 정책결정자가 미래 시점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장기적 후생 손실을 충분히 내재화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서 독립적 중앙은행이나 규칙기반 정책(예: 통화량 목표, 인플레이션 타기팅 등)이 제안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논의의 핵심은 장기 계획이 합리적으로 수립되더라도 정작 단기에 정치・사회적 유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고, 이로 인해 변경된 계획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에 있다.
재정정책 영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관찰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억제하여 부채 수준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이나 지지율 확보를 위해 지출을 확대하거나 감세를 선택함으로써 적자를 늘리는 일이 되풀이된다. 이는 시간불일치 이론으로 해석되는 현상으로, 정부가 장기적으로는 균형재정을 표방해도, 실제 예산 편성 과정에서 단기 정책효과(경기・여론)를 노리다 보니 지출 확대가 이루어져 결국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lesina and Tabellini(1990) 등의 재정정책 관련 연구는 정부가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지출하여 적자를 늘리면, 후속 정부나 다음 세대가 상환 부담을 질 것이므로 현 정부는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지출 확장을 선택한다는 정치경제학적 딜레마를 제기하였다. 지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거나 특정 집단을 지원하면 지지율은 상승한다. 결국 미래에 발생할 부채상환과 금융비용이라는 장기비용을 현재 정부가 완전히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믿기 때문에 확장재정을 선택하게 되는 시간불일치의 구조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종합하면, 통화정책금리・물가조정과 재정정책에 대한 정부 지출・적자 관리 모두에서 단기적 편익과 장기적 부작용이 상충하며, 각 시점에서 장기적 최적보다는 당장 실행하기 쉬운 선택이 반복되고 누적됨으로써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인플레이션 편의, 재정적자 축적)가 초래된다. 에너지가격 결정 문제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적절한 시점에 인상하여 공기업의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원칙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단기 여론을 의식하여 인상을 유보함으로써 적자를 확대하는 행태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2. 에너지가격 결정에서의 시간불일치
에너지가격 결정에서의 시간불일치 문제는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통해 설명된다.
규제 이론 면에서 Laffont and Tirole(1993)은 전력・가스 등의 네트워크 산업에서 규제자가 장기 비용 구조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공기업의 비효율적 투자와 운영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Newbery(2000), Crew and Kleindorfer(2002) 등의 연구에서는 에너지 산업의 자연독점적 특성으로 인해 규제기관의 짧은 임기나 정치적 교체 주기가 시간불일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환경 정책 면에서도 가격 신호를 신속하게 전달해야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촉진된다는 공통된 결론이 도출된다. Nordhaus(1994)를 포함한 기후경제학 연구들은 탄소세나 배출권 거래제가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설계되어야 소비와 투자 면에서 저탄소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선거나 경기 침체 등 정치・경제적 요인을 고려하여 탄소세 또는 에너지세를 낮추거나 유보하려 할 경우, 장기적인 기후・환경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반복되어 언급된다. 이는 장기적 편익(저탄소 사회)과 단기적 부담(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여론 반발) 간 괴리가 시간불일치로 나타난 사례로 볼 수 있다(Goulder and Schein, 2013; Aldy and Pizer, 2015).
전력・가스요금을 통한 원가 연동제(pass-through)와 관련하여, 정부가 국제 연료비 변동을 적시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이득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기업 적자와 더 큰 수입 비용, 그리고 탄소배출 증가(효율적 절약 미흡)라는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 연구되었다(Borenstein and Holland, 2005; Joskow, 2007).
국내외 사례 분석에서도 도시가스・전력료의 동결 또는 인상 억제가 반복되면,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이후 급격한 요금 인상이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진다는 경험적 증거가 있다. Newbery(2005)는 EU 일부 국가의 전력산업 민영화・규제 사례를 비교하여, 정부의 단기적 물가 안정 정책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를 위축시키고 그에 따라 결국 가격 충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정리하면, 에너지 부문에서의 시간불일치 문제에 관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정부가 장기적 부채, 투자, 환경 비용을 현재의 정책 결정에 얼마나 반영하는지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문헌은 네트워크 산업 규제 이론(전력・가스)과 환경・탄소세 정책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을 다루었으며, 정부가 임기 내에 가격 인상 부담을 회피하려는 선택을 반복하면 장기적 비효율성이 증대할 수 있음을 실증적・이론적으로 입증하였다.
3. 시간불일치로 인한 비효율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안
시간불일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재 정책 결정 시 미래에 발생할 장기적 비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게끔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선행연구가 있다. Kydland and Prescott(1977)의 연구는 정책결정자가 미래의 부담을 과소평가하여 단기적 유혹에 빠지면 재정적・경제적 비효율이 초래된다고 강조하고, 강화된 제도적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Barro and Gordon(1983)의 모형에서도 장기적 비용을 현재에 반영할 수 있는 규칙이나 독립적 기관의 역할을 통해 시간불일치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이론적 틀은 공공요금 규제 분야에도 적용된다. Laffont and Tirole(1993)의 규제이론은 정부가 장기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정책을 설정하면, 공기업의 투자・운영 효율성과 재무 안정성이 저해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장기비용을 내부화할 수 있는 규칙 기반 기제가 마련되어야 단기 의사결정의 반복을 방지할 수 있다. Newbery(2000)와 Crew and Kleindorfer(2002)의 연구도 정부가 장기 투자 및 재무구조 부담을 가볍게 볼수록, 미래에 극단적 상황을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기부담의 내부화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 부채 누적 시 자동으로 요금이 인상되는 절차를 마련하거나, 정부가 의무적으로 재정을 부담할 것을 제안한다.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도 Alesina and Tabellini(1990) 등의 논문들은 선거 주기나 임기 교체로 장기 문제가 단기 정치에 반영되지 않으면, 재정 적자나 공기업 부채의 지속된 증가로 동태적 비효율이 심화된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 기구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미래부담’을 의무적으로 지는 구조를 제안한다.
종합하면, 시간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적 비용을 현재의 의사결정에 내재화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이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정치・사회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
Ⅲ. 국내 가스요금 및 미수금 현황
1. 가스요금 체계
국내 가스산업은 정부 주도의 규제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책 수립과 규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가운데, 가스요금은 정부의 결정에 따라 책정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시장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다수의 지역 도시가스사업자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 최종 소비자에게 소매 판매하는 수직적 구조가 확립되어 있다. 이러한 체계하에서 천연가스 요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통해 결정되며, 공공성과 경제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
도시가스요금 체계는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의 이원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표 1>과 같이, 도매요금은 원료비, 도매사업자의 공급비용, 제세공과금을 합산하여 결정되는 반면, 소매요금은 도매요금을 기반으로 기본요금과 소매사업자의 공급비용을 추가하여 책정된다.
도매요금의 확정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천연가스 도매요금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다. 이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한편 소매요금은 시도 물가대책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해당 시도지사의 승인으로 최종 결정된다.
도시가스요금 결정의 주요 원칙 중 하나는 총괄원가 보상원칙이다. 이는 요금이 적정원가와 적정투자보수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동 원칙은 안정적인 도시가스 공급과 사업자의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도매요금 중 원료비는 「천연가스 공급규정」의 ‘도시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 시행지침’에 의거하여 국제 에너지시장의 상황 변화를 탄력적으로 반영한다. 이에 따라 국제 LNG 가격의 등락이 국내 도시가스요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와 LNG 가격 급등이 국내 도시가스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종합하면 도시가스요금 체계는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의 이원화, 총괄원가 보상원칙 적용, 국제 에너지시장 연동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요금 결정 구조는 도시가스 공급의 안정성과 사업자의 투자 유인 제고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설계되었다. 다만 최근 국제 에너지시장 불확실성 증대와 이에 따른 요금 인상 압력으로 도시가스요금 체계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요금 결정 메커니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표 1>
도시가스 요금 산정 체계
2. 원료비연동제
도시가스요금 체계에서 원료비는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가격과 도입 부대비용을 포함하며, 요금 구성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료비는 국제 유가 및 환율 변동과 연동되어 있어 이들 요인이 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천연가스 공급규정」에 따르면, 원료비는 도시가스 민수용의 경우 2개월마다, 도시가스 상업용, 도시가스발전용 및 발전용의 경우 1개월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거쳐 조정된다. 이러한 원료비 연동제는 국제 에너지시장의 변동성을 적시에 반영하여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원유가격 또는 환율 급등으로 LNG 가격이 현저히 상승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어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의 안정적 운용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연동제 시행을 일시적으로 유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히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주무부 장관이 공공요금을 변경하려는 경우 기획재정부장관과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개별 부처의 요금 결정이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종합적인 물가안정 정책하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정부의 개입은 극단적인 가격 변동이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기능한다.
원료비 연동제와 정부의 유보 권한은 천연가스 도매요금 결정 과정에서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 연동제는 국제 에너지시장의 가격 변동을 적시에 반영하여 도매요금을 조정함으로써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정부의 유보 권한은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경제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의 물가안정화 정책 기조에 따라 원료비 연동제 시행이 장기간 유보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급격한 가스요금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원료비 급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민수용 원료비 연동제 유보는 에너지 가격 기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유가와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국제 가스 가격 변화가 최종 소비자 요금에 적시에 반영되지 못하면, 시장 가격은 실제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그림 1]과 같이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도입비용이 급상승하는 상황에서도 민수용 도시가스 원료비를 상당 기간 동결시켰다. 이러한 가격 왜곡 현상은 소비자의 에너지 소비량 조절 기능을 약화시키고, 에너지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가격이 자원의 희소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원료비 연동제 유보는 단기적인 물가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시장의 비효율성을 심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가스시장 구축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가안정과 에너지시장의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 간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하여 원료비 연동제의 유보 기간과 폭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단기적 물가안정과 장기적 에너지시장 효율성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3.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 현황
원료비 연동제 유보로 인한 가스시장의 비효율성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이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LNG를 실제 도입가격보다 낮은 요금으로 판매할 때 발생하는 차액을 의미한다. 회계학적으로 미수금은 받아야 할 돈이므로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주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에 발생하는데,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원료비 연동제 시행을 유예할 경우 그 규모가 급증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조치로 2012년 말 미수금이 5조 5,000억 원까지 누적된 바 있다.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원료비 연동제 재개 등에 힘입어 2017년 10월에 미수금이 모두 회수되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2018년 하반기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음에도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민수용 요금 인상을 억제하였고, 이로 인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다시 누적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에너지시장이 급변하면서 LNG 도입가격은 폭등했지만, 민수용 요금은 동결됨에 따라 미수금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 7,656억 원에서 2022년 8조 5,856억 원, 2023년 13조 11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2024년 6월 말 기준 13조 7,496억 원에 달한다([그림 2]).
이번 미수금 사태는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과거에는 도시가스용 전체 물량에서 5조 5,000억 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한 반면, 이번에는 민수용에 국한해서만 13조 7,000억 원 이상의 미수금이 누적된 것이다. 정부가 2022년 4월 이후 6차례에 걸쳐 요금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원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계속 불어나고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은 단순히 공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원가와 요금 간 괴리가 장기화되면 가스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요금 규제로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원배분의 왜곡과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고착화 등 비효율성이 심화될 수 있다.
Ⅳ. 게임이론적 분석
본 장에서는 원료비연동제 유보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시간불일치(time inconsistency) 관점에서 해석하기 위해, 동태게임(dynamic game) 이론을 토대로 한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을 국내 에너지요금에 반영할 때 직면하는 단기적 정치・사회적 비용과 유보를 반복해 누적되는 장기적 공기업 적자 및 금융비용 간 상충관계(trade-off)를 모델링한다.
주목할 점은 정책 현장에서 요금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과거 누적된 미수금이나 적자로 인해 요금을 적시에 인하하지 못하는 사례가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불일치성 자체보다는, 시간불일치성이 초래한 재무적 부작용으로 인해 인하 결정까지 제약받게 되는 2차적 문제로 볼 수 있다. 장기간에 걸쳐 인상 시점을 유보함으로써 발생한 미수금 및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는, 이후 국제 원료비가 하락하더라도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회복이 우선시되어 요금 인하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는 원료비연동제의 원활한 작동을 저해하는 또 다른 형태의 시장 왜곡으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시간불일치적 의사결정을 통해 인상을 반복적으로 유보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인하 요인 발생 시 나타나는 정책적 경직성 문제는 본 연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시간불일치로 인한 장기적 부담이 실제 인하 정책에 미치는 영향 메커니즘은 후속 연구의 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책적 함의의 명확성을 위해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결정 유보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재무적 영향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이 모델에서는 각 시점마다 정부가 ‘인상 vs. 유보’ 혹은 ‘부분 반영 vs. 완전 동결’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다. 따라서 단기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장기부담이 전가되는 과정을 시간불일치 이론의 대표적 방법론인 역진귀납법(backward induction)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 시점에서의 유보가 부분게임 완전균형(subgame perfect equilibrium)으로 귀결되는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정책적 함의를 도출해 제시하고자 한다.
1. 모형의 설정
정부가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에 직면하여 도시가스요금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시간불일치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 본 논문은 유한기간 동태게임(dynamic game) 모형을 제시한다. 모형에서 시간은 로 표기되는 유한기간을 전제한다. 각 시점 마다 국제 LNG 가격이 변동하며 LNG 국내 도입가격이 변동되고 정부 는 도입비용을 반영하여 민수용 도시가스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갖는다.
• 시간: 유한기간 . 각 시점에 의사결정이 한 번씩 일어난다고 가정.
• 플레이어(정부): 시점 마다 정부 가 도시가스요금을 책정.
• 단기 vs. 장기: 정부 는 단기적으로 “인상 시 부담(물가, 여론, 복지예산 등)”을 직접 느끼지만, 장기적으로 늘어나는 공기업 적자+이자비용은 주로 미래 세대나 차기 정부가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는 구조를 모형화.
각 시점 에서 정부는 도시가스요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크게 세 가지 액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첫째, 전부 인상은 LNG 도입비용 상승분을 그대로 100%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 선택은 공기업 적자 발생을 억제하고, 소비자에게 “에너지가 실제로 비싸졌다”는 강력한 가격 신호를 주어 절약 동인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여론악화・물가충격, 복지예산 부담이 커진다. 둘째, 유보는 사실상 동결에 가깝게 요금을 묶어두는 선택이며, 단기 물가와 정치・사회적 부담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이점이 있지만, 가격 신호가 왜곡되어 소비가 줄지 않아 공기업 미수금과 이자비용이 장기적으로 늘어날 위험이 크다. 마지막으로, 부분 인상은 인상률 을 택해 일부만 반영하는 절충안이다. 이를 통해 완전 인상의 충격보다 낮은 단기비용을 부담하되, 일정 수준의 가격 신호를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어느 정도 절약 유인을 부여할 수 있다. 실제 정책에서는 단계적 인상(smoothing)이나 상・하한 설정 등을 통해 이 세 가지 선택지를 유연하게 활용한다. 동태게임에서, 시점 에서 정부의 선택은 이며, 가장 단순한 불연속 형태로서 세 가지를 둔다.
• 전액 반영: 국제가격 인상분을 전부 반영. (기존 가격 +도입가격 상승분)
• 원료비연동제 유보: 국내가격을 동결.
• 부분 인상: 일정 비율()만 반영.
는 시점 의 LNG 도입 비용이 반영된 단위당 원료비이며, 는 베이스라인(기초) 요금으로서 이미 존재하는 기준 단가로 설정한다. 정부가 실제 인상률을 로 결정하면, 요금 는 와 사이에서 만큼 반영된 값이 된다. 따라서 는 의 함수로 정의할 수 있다.
요금 인상 수준이 결정되면 소비자는 주어진 가격 수준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는 도시가스 소비량(수요)을 선택하며, 공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양의 천연가스를 국제시장에서 수입하여 도시가스로 공급하게 된다. 소비자는 도시가스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절약 또는 대체재 활용 등을 통해 수요를 감소시킨다. 또한 도시가스 수요는 가격뿐만 아니라 온도, 가구 특성, 주택 특성 등 다양한 외생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수요함수는 다음 식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는 시점의 도시가스 수요량이며, 는 해당 시점의 도시가스 가격, 는 온도, 가구 특성, 주택 특성 등 도시가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외생적 요인을 나타낸다. 공기업은 시점 에 국제가격로 만큼의 원료를 수입해 로 판매한다고 가정한다(식 (2)).
가 양(>0)이면 공기업에 이익이고, 음(<0)이면 적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기업의 적자는 이전 시점의 누적값 에 새로 발생한 손익 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갱신되어 이 된다. 만약 국제가격보다 국내요금이 충분히 높아서 한 시점의 손익이 양(+)이 되면 적자 규모가 줄지만, 국내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낮거나 부분 인상이 불충분하면 마이너스 손익이 발생해 적자가 증가한다(식 (3)).
더 나아가 이미 쌓인 적자에는 이자(금융비용) 까지 추가되므로, 낮은 국내가격이 수요 감소를 유도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공기업이 비싼 원료를 대량 수입해야 하므로 적자 증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식 (4)).
이러한 누적 과정과 금융비용이 결합하면, 단기적으로 인상을 유보하거나 소폭 인상에 그치는 결정이 반복될 때, 장기적으로는 공기업 재무가 빠르게 악화된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는 요금인상률이 요금 인상률에 따른 최종적인 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 함수로 정의한다. ≤0이라면 가 커질수록, 즉 요금 인상률이 높아질수록 미수금 증가 규모가 작아짐을 의미한다.
앞서 시점 에서, 정부는 국내 에너지가격을 두고 완전 반영(=1), 유보(=0), 부분 인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 이때 요금 인상률이 커질수록 정부가 당장 부담해야 할 단기비용(물가 상승, 사회적 반발, 추가 복지예산 등)이 커진다. 이는 현실에서 흔히 관찰되는 일이며, 다음 식 (5)로 표현 가능하다.
는 인상률()에 따른 단기비용 함수이다. 는 각 비용 요소의 상대적 중요도를 나타내는 양의 상수이며, 는 각기 다른 비용 항목에 대응하는 함수이다. 예컨대 는 물가 및 경기 압력을 반영하는 항목으로서, 이면 가 올라갈수록 물가충격이 커진다는 점을 수리적으로 표현한다. 는 취약계층 복지예산 항목으로, 이면 가스요금 인상 폭이 클수록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이 증가함을 뜻한다. 는 정치, 사회적 반발 정도를 나타내며 이면 인상률이 높아질수록 여론이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를 수리적으로 표현한다. 각 함수 가 요금 인상률 0에서 1까지의 구간에서 정의되어 연속이라 가정하면 가 상승할수록 정부가 직면하는 단기사회적 비용 이 커지는 구조가 성립한다(식 (6)).
한편, 요금을 낮게 유지(≈0)할수록 가스공사 미수금이 누적되어 장기적으로 공기업 적자 및 이자비용이 커진다. 반대로 를 크게 높이면 장기 비용은 감소한다. 이를 장기비용 함수 로 정의하며, 이 함수는 가 커질수록 감소한다. 즉 .
정부는 일반적으로 요금 변화로 인한 장단기 비용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사회적 비용이 최소화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식 (7)에서 은 가스요금 인상이 도입 원가 인상분보다 작을 경우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미수금 및 미수금 해소를 위해 발생하는 비용을 현재 요금 결정 과정에서 고려하는 정도를 나타낸 파라미터로서 미래에 발생할 공기업의 적자, 미수금 등 장기적 부담을 현재 의사결정과정에서 얼마나 강제적으로 반영하는 지를 나타낸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미수금 및 해소비용을 현시점에서 충분히 내재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모형에서는 정부가 이러한 장기부담을 현시점 비용에 충분히 내재화하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시간불일치적 선택이 어떻게 반복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부분게임 완전균형(Subgame Perfect Equilibrium) 도출
본 절에서는 유한기간 의 동태게임에서, 정부가 각 시점 마다 도시가스요금 인상률 을 결정하고, 단기비용 을 최소하하고, 장기 비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𝜃=0), 부분게임 완전균형을 역진귀납법을 통해 도출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마지막 시점 에서의 의사결정
시점 에는 미래 비용이 추가로 반영되지 않으므로, 정부는 식 (8)의 단기비용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린다.
인상률이 0일 때(=0) 단기비용은 0이 되는 반면, 인상할 경우(>0) 단기비용은 양의 값이 된다. 따라서 시점에서는 인상률 0이(=0)이 유일한 최적해가 된다.
2) 시점 -1에서의 의사결정
시점 -1의 정부는 요금 인상률 중에서 단기비용 을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린다. 이때 시점 에서는 인상률이 0(=0)이 될 것을 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가 시점 -1에서 인상률을 0보다 크게 하여(>0) 미수금을 줄이려는 유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장기부담 항목인 이 0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점 -1에서 인상률을 높인다 해도, 그로 인한 시점 이후의 부담 경감 효과가 시점 -1의 정부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시점 -1의 정부는 식 (9)와 같이 인상률을 0으로 결정하게 된다.
3) 임의 시점 에서의 의사결정(Inductive Step)
동일한 논리를 로 거슬러 올라가 적용하면, 미래 시점에서도 가스요금 인상률이 0이 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장기 비용(미수금 누적)이 현재 정부의 비용함수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시점 에서도 =0이 단기비용 최소화에 가장 유리하다. 이러한 역진귀납 과정을 통해 식 (10)과 같이, 모든 시점 에서 인상률 0()이 반복적으로 선택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 부분게임 완전균형을 이룬다. 이 결과는 단기적 관점만 존재할 때, 즉 장기부담이 모델에서 제외될 때(=0) 유보정책이 모든 시점에서 최적이 된다는 것을 수리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현행 제도하에서 정부의 의사결정이 장기적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장기부담(𝜃) 확대 시 요금 인상 결정의 구조변화: 비교정학 접근
앞선 부분게임 완전균형 결과에서는 정부가 요금 인상 유보로 발생하는 장기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매 시점 요금 인상률을 0으로 설정하는 것이 최적 전략으로 도출되었다. 그러나 유보에 따른 장기적 비용이 현재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는 LNG 도입비용 변화를 요금에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절에서는 정부가 요금 인상 유보로 인한 장기적 비용을 현시점에 내재화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단일 시점 모형을 설정하고, 요금 인상률 범위에서 사회적 비용 함수를 정의한 뒤, 요금 인상 유보로 발생하는 장기 비용의 내재화율 가 변화할 때 요금 인상 결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비교정학(comparative statistics) 관점에서 분석할 것이다.
먼저 단일 시점에서 정부가 을 결정하여 식 (11)의 총비용함수 를 최소화한다고 해보자.
앞서 는 요금 인상률(𝜌) 증가에 따라 정부가 부담하는 단기비용, 는 천연가스 도입원가가 요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발생하는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관련된 장기비용으로 정의하였다. 는 요금인상률 요금 인상률에 따른 최종적인 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 함수다. 은 장기비용으로 미수금 해소 비용을 나타내는 함수로서 >0을 갖는 단조증가 함수이다. 즉 미수금 누적액이 증가하면 해소 비용 또한 증가한다. 다음의 식 (12)와 같이 정부가 에서 를 최소화하는 문제를 푼다고 할 때 최적해 가 0<<1 구간에 놓이면, 1계미분조건(FOC)에 의해
가 성립한다. 위의 1계미분조건을 𝜃로 미분하면:
혼합편미분이 음수()라는 사실은 장기부담 내재화율과 요금 인상률 간의 구조적 관계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식 (13)). 이는 𝜃가 증가할수록 인상률(𝜌)을 소폭 상향 조정하여 총비용 를 감소시키는 한계효과가 강화됨을 나타낸다. 이 관계의 작동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인상률 𝜌가 증가하면(>0), 공기업의 미수금 가 감소하고(), 이는 장기비용 의 감소로 이어진다(). 𝜃의 증가는 현시점 비용함수에서 장기비용이 차지하는 가중치를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𝜃가 상승할수록 동일한 인상률 증가()에 따른 총비용 절감 효과가 체계적으로 증대된다. 즉, 장기부담을 현시점에 더 많이 반영할수록 인상률 상향조정을 통한 미수금 감소의 편익이 증가하여, 인상률 상향이 총비용 감소의 효과적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를 한층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본 연구는 식 (12)의 일계 조건(First Order Condition, FOC)을 만족하는 최적해 에 대해 음함수정리(Implicit Function Theorem)를 적용한다. 음함수정리에 따라, 주어진 내부해 가 존재하고 식 (14)와 같은 정칙성(regularity) 조건이 성립한다고 하자.
이때 음함수정리는 방정식 을 만족시키는 내부해 가 국소적으로 𝜃에 대해 연속적이고 미분 가능한 함수임을 보장한다. 다시 말해, 국소적(local) 영역 내에서는 𝜃가 소폭 변화할 때도 최적해 𝜌(𝜃)가 매끄럽게(smoothly)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식 (12)의 양변을 𝜃에 대해 미분하면, 의 존재성과 부호를 명확히 판별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장기 부담 내재화율(𝜃) 변화가 최적 인상률()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엄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본 연구가 초점을 맞추는 의 부호를 확인하기 위해, 식 (15)의 분자와 분모를 분리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분자는 형태로 표현되며, 이는 인상률(𝜌)을 미세하게 상향했을 때 장기 부담()이 변화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이 관계의 수리적 구조를 살펴보면, <0은 인상률 상승이 미수금 감소로 이어진다는 의미이고, >0은 미수금 증가가 장기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는 의미이다. 이 두 조건을 결합하면 이 도출되어, 혼합편미분이 음수라는 핵심 가정과 일관성을 갖는다.
식 (15)의 분모를 살펴보면 식 (15)의 분모를 살펴보면, 단기비용 의 이계도함수 가 음수일 때, 이는 인상률 증가에 따른 한계단기부담이 체감하는 오목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은 현실 정책 환경에서 관찰되는 현상, 즉 낮은 요금수준에서의 초기 인상은 강한 저항을 유발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된 후에는 추가적 인상에 대한 한계저항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수리적으로 포착한다.
장기비용 의 경우, 이계도함수 가 양수일 때 미수금 증가에 따른 재무비용이 가속화되는 볼록성을 나타낸다. 이는 미수금 누적이 특정 임계점을 초과할 경우 공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이 비선형적으로 증가하거나, 정부 재정부담이 급격히 확대되는 현상을 반영한다. 이러한 볼록한 비용구조는 요금인상 지연이 장기적으로 초래하는 재무적 비용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함축한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식 (15)의 분모 분석이 중요하다. 단기비용의 오목성(<0)과 장기비용의 볼록성(>0)이 공존할 때, 𝜃 값이 충분히 클 경우 분모는 양수가 된다. 동시에 혼합편미분의 음수 특성으로 인해 분자는 음수이므로, 의 결과가 도출된다.
음함수정리의 적용은 두 가지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첫째, 최적 인상률 𝜌가 장기부담 내재화율 𝜃의 함수로서 국소적으로 존재하며 연속성을 가진다. 둘째, 혼합편미분이 음수라는 조건은 𝜃와 𝜌 간의 단조증가 관계를 수학적으로 보장한다. 따라서 장기부담 내재화율을 높일수록 정부의 최적 인상률이 체계적으로 상승하며, 이는 비용함수를 더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비교정학적 분석은 장기부담 내재화와 요금 인상 정책 간의 구조적 관계를 국소적 범위에서 명확히 규명한다.
최적 인상률 ρ에 관한 우리의 분석은 내부해(0<𝜌<1)뿐만 아니라 경계해(𝜌=0 또는 𝜌=1)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경계해가 존재할 경우, 최적성 검증은 1계 미분조건이 아닌 Karush-Kuhn-Tucker(KKT) 조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𝜌=0이 최적해일 경우에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이는 인상률을 소폭 증가시켜도 비용 감소가 발생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𝜌=1이 최적해인 경우에는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장기부담 내재화율 𝜃의 값은 이러한 경계해 선택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장기부담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𝜃≈0 상황에서는 단기비용 최소화를 위해 ρ𝜌=0(완전 유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장기부담을 충분히 내재화하는𝜃≈1 상황에서는 장기비용 절감 효과가 지배적이므로 𝜌=1(완전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본 절의 핵심 목적은 장기부담 내재화율과 최적 인상률 간의 단조증가 관계(𝜃↑⇒𝜌↑)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 관계는 내부해에서 교차편미분과 음함수정리를 통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경계해에서의 세부적인 KKT 부등식 증명은 생략하지만, 장기부담 내재화율이 증가함에 따라 최적 인상률도 체계적으로 증가한다는 결론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경계해는 이러한 단조성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볼 수 있으며, 𝜃가 충분히 낮거나 높은 값을 가질 때 𝜌가 각각 0 또는 1이라는 극단값을 갖는다는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다.
본 논문은 장기부담 내재화율(𝜃)의 점진적 변화가 정부의 최적 인상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국소(Local) 비교정학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접근은 현실 정책 환경에서 𝜃가 급격히 변화하기보다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상황을 반영한다. 정부 재정보전 방안이나 공기업 부채 한도 강화와 같은 부분적 제도 개선은 장기부담의 내재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국소적 분석은 음함수정리와 혼합편미분(<0)을 적용하여 “𝜃가 소폭 증가할 때 최적 인상률()도 점진적으로 상승한다”는 정책적 함의를 도출할 만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전체 정의역 0<𝜃<1에서 최적해의 존재성, 유일성, 연속성을 전역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Berge의 최대정리와 같은 이론적 도구가 필요하다. 이 정리에 따르면, (i) 와 가 콤팩트 결정영역을 형성하고, (ii) 비용함수 가 -공간에서 연속이며, (iii) 해집합이 공집합이 아닐 때, 해집합의 상반연속성이 보장된다. 이는 𝜃가 전 구간에서 변화해도 최적해 가 불연속 없이 변화함을 의미한다. 또한 각 𝜃에 대해 해가 유일하다면, 는 전역적으로 연속함수가 되어 장기부담 내재화율이 변화해도 최적 인상률이 단조적으로 변화한다는 결론이 수학적으로 확립된다.
본 연구에서는 실제 정책결정 과정에서 𝜃의 조정이 대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변동폭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Berge의 최대정리를 활용한 전체 정의역에서의 최적해의 존재성, 유일성, 연속성에 대한 엄밀한 수학적 증명은 생략한다. 국소 비교정학 분석만으로도 장기부담 내재화율이 증가할수록 정부의 최적 인상률이 상승한다는 본 연구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𝜃 상승이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관계를 이해하고, 시간불일치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본 절의 단일 시점 분석은 정부가 특정 시점에서 인상률(𝜌)을 결정할 때 장기부담 내재화 정도(𝜃)에 따른 최적해()의 변동을 비교정학적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이러한 분석 틀은 다기간 모형으로 확장하더라도 그 핵심 결론이 유지된다고 판단된다. 여러 시점 에 걸쳐 정부의 순차적 인상률 결정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각 시점의 의사결정에서 장기부담의 내재화 정도(𝜃)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기간 모형에서는, 시점 에서 를 낮게 설정(유보)하면 해당 시점의 단기부담은 최소화되나, 이로 인한 미수금(적자)이 후속 시점에 누적되어 공기업의 차입비용과 정부의 재정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반면 를 높게 설정하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증가하나, 미수금 감소로 인해 후속 시점의 누적 이자비용과 부채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러한 동태적 의사결정 구조에서도 정부가 𝜃를 통해 장기적 적자비용을 현재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정도가 정책 방향의 핵심 결정요인이 된다.
다기간 모형에서 시점별 미수금과 이자비용은 일종의 연쇄효과(chain effect)를 형성하지만, 이러한 연쇄의 기초는 각 시점에서 정부가 인상률을 어느 수준으로 설정하여 적자 누적을 억제했는가에 달려 있다. 𝜃가 충분히 높은 환경에서는, 정부가 다기간에 걸쳐 단기적 정치・사회적 비용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공기업 적자를 조기에 감소시키는 전략이 장기적 총비용 측면에서 현저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즉, 𝜃가 증가할수록 누적 미수금 억제의 경제적 편익이 현재 비용함수에 강하게 반영되므로, 인상률 상향 조정(𝜌↑) 결정이 시점별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다기간 분석은 “장기부담의 내재화 수준 강화(𝜃↑)가 시간불일치적 유보 유인을 감소시켜 인상률 상향 정책으로 유도한다”는 본 연구의 단일 시점 결론을 강화한다. 특히 총비용 최소화 관점에서, 장기부담을 현시점 의사결정에 적절히 반영하는 제도적 메커니즘이 시간불일치 문제 해소의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모형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정부가 재정 부담이나 사회적 반발을 이유로 인상률 0을 선호하는 경향을 구조적으로 수정하기 위해서는, 결국 𝜃를 크게 만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 미수금이 임계치를 넘을 경우 정부 예산 자동 투입이 법제화되어 있으면, 장기 부담이 임기 내에 재정압박으로 바로 현실화되어 𝜃가 매우 높은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이때 정부는 시간불일치적 유보 대신 적절한 시점에 부분(혹은 전부) 인상을 통해 미수금 억제를 시도할 유인을 얻게 된다. 반대로, 이런 장치 없이 𝜃≈0상태를 지속하면, 매 시점 단기비용만 고려하던 정부가 유보를 반복하여 결과적으로 가스공사 누적 미수금이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Ⅴ.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도시가스 시장을 모델화하여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에 따른 정부의 국내 요금 결정 과정을 시간불일치 이론을 토대로 분석하였다. 동태게임 관점에서 역진귀납법을 통해 정부가 단기 물가와 여론 부담을 이유로 충분한 요금 인상을 회피하거나 반복적으로 유보하는 현상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장기적 미수금, 적자, 이자비용 등이 현재의 실제 부담으로 인식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정부가 매 시점 인상을 회피함으로써 단기 비용은 최소화하고 미래 부담은 가중시키는 결과가 누적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반복적 요금 인상 유보로 인한 공기업 적자 누적과 이자비용 증가는 도시가스 시장뿐만 아니라 전력시장에서도 동일한 맥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해석되며, 한국전력공사의 막대한 적자 역시 이러한 시간불일치적 의사결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국제 에너지가격 충격에 의한 원가 상승을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적절한 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수요 절약이 적어지고 공기업 적자가 빠르게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는 유보 없는 요금 인상 전력도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상당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단기간에 집중된 요금 인상은 특히 저소득층이나 에너지 집약적 가구에 불균형적 부담을 초래한다. 이들 계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탄력성을 보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을 소비 조정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요금 인상을 그대로 가계지출 구조에 흡수해야 하므로, 식료품이나 의료와 같은 필수재 소비 여력이 제약되어 전반적인 생활 수준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에너지비용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계층의 경우, 소폭의 요금 인상도 한계효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복지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가 주요 투입 요소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문에서는 생산비 상승이 최종 판매 가격으로, 부분적으로 전가되면서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전가 메커니즘은 시장 구조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수요 탄력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가격 전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소비자에게 2차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으며, 반대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생산자의 이윤이 급격히 감소하는 산업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복지지출(transfer) 확대나 특정 업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며, 이는 재정 측면에서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복합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요금 인상 유보 결정을 단순히 단기 편익 추구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에너지 요금 결정 과정에는 미래 적자나 재정 투입 부담 외에도 복지, 물가안정, 산업 경쟁력, 여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어느 한 부처나 기관이 단독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다양한 제도・정치적 요인을 감안해 내린 단기적 판단이 누적되어 장기적으로 공기업 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본 연구의 핵심 메시지이다.
이러한 복잡한 트레이드오프 구조에서, 추후 연구에서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적 비용을 충분히 내재화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 및 제도 설계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보를 반복할 때 공기업 적자 증가분을 현 예산에서 일부 보전하는 방식, 국제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상승하면 자동으로 일정 부분을 반영하는 상・하한제, 에너지복지 비용을 중장기 재정 전망에 투명하게 반영하는 규범적 규칙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장치들을 도입하면 정부가 단기적으로 인상 부담을 회피하더라도 곧바로 일부 비용은 치르도록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간불일치 문제를 완화하고 장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유보기준 명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도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현재는 유보 여부와 시기, 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폭, 물가 영향, 산업 경쟁력, 소비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보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고, 유보 사유와 적자 전망 등을 상세히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요금 인상 유보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정립함으로써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론적 모형과 시간불일치 관점에서 공기업 적자 누적 현상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의 재정・정치・행정 체계는 훨씬 복잡하며, 국제가격 변동이나 소비 패턴에도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많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유보 결정이 반복되는 원인을 단순화된 비용함수로 표현함에 따라, 개별 부처 협의나 여론 형성 과정 등 현장적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향후 정교한 실증분석과 제도별 효과 비교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본 논문은 도시가스 시장 모델을 통해 원료비연동제 유보의 동태적 구조를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와 해석은 전력시장이나 다른 에너지가격 결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시간불일치적 결과가 실제 공기업 적자 누적과 이로 인해 재정 위기로 이어지는 현상을 재조명하며, 나아가 정부가 미래 비용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정책 마련이 중요한 후속 과제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요금 결정 과정에서의 시간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시장 운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