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체감되면서 탄소저감 및 탄소중립(Net-Zero) 달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상향하면서 저탄소화를 강하게 견인하고자 하나 탄소저감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저감기술의 미상용화 등으로 인해 배출량을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감축유인을 강화하는 정책수단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는 탄소가격제의 비용효과성에 주목하고 있다(기획재정부·환경부, 2024).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cheme)는 탄소세와 함께 대표적인 탄소가격제로 EU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37개의 지역에서 운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 ETS는 아시아 최초로 도입되었으며,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9%를 정책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어 전 세계 ETS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커버리지를 기록하는 등 핵심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1)
국내 ETS는 2015년 1월부터 시행되어 2026년에는 제4차 계획기간이 적용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10여 년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내 ETS의 제도 효과와 관련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제도 도입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유종민 외, 2017; 손인성, 2019), 산업 및 기업 성과와 온실가스 감축(이영지·윤순진, 2022; 김선화·정용기, 2022; 모정윤, 2024) 등 다양한 주제와 관점에서 배출권거래제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본고는 국내 ETS의 다양한 측면의 정책효과 중에서도 특히 유상할당의 효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국내에 ETS가 도입될 당시에는 배출권 전량을 무상할당으로 제공하였으나, 계획기간이 바뀜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상할당의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고 있다. 유상할당과 관련된 연구도 일부 존재하기는 하나 대부분 시나리오 분석으로 이루어졌으며(임동순, 2012; 이재윤 외, 2024; 정창우·김진수, 2025), 실제 기업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또한 해외 연구로 확장하여 살펴볼 경우,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ETS; European Union-Emission Trading Scheme)에서 실제 기업 및 산업 데이터를 활용하여 무상할당 축소나 경매방식 확대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존재하지만(Dechezleprêtre et al., 2023; Guerriero and Pacelli, 2023; Bordignon and Gamannossi degl’Innocenti, 2023; Böning et al., 2023; Lehmann and Schleich, 2025), 사용한 데이터와 방법론에 따라 상반된 분석 결과를 보였으며 유상할당을 변수화한 연구도 제한적이었다.
비록 그동안 실증 연구가 제한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유상할당은 ETS 제도 설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상할당에서 발생하는 정부의 경매수입은 다양한 탄소저감 사업에 핵심적인 재원이 될 수 있다. 반면, 유상할당으로 인한 할당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외 시장에서 할당기업 경쟁력 악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무상할당을 유상할당으로 전환하는 것이 실제 할당기업의 저감 행태에 추가적인 유인으로 작용하느냐의 여부도 학계나 정책실무에서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 유상할당 확대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주목하여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계획기간이 제1차부터 제3차까지 진행되는 동안에 대한 할당업체들의 미시정보를 수집하고 패널데이터를 구축하여 할당기업의 에너지집약도와 탄소집약도가 어떠한 변수들(그 중에서도 특히 유상할당)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한다.
본고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Ⅱ장에서는 본 연구와 관련된 국내 ETS 제도를 개략적으로 소개한다. 제Ⅲ장에서는 ETS에서 유상할당의 영향과 관련된 국내외 주요 문헌을 검토하고 본 연구의 차별점을 제시한다. 제Ⅳ장에서는 분석을 위해 구축한 자료의 내용과 분석을 위해 사용한 계량기법에 대해 소개하고, 제Ⅴ장에서는 분석의 결과를 정리하고 그 정책적 의미를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전체 연구 내용을 요약하고 본 연구에 대한 시사점과 한계점을 다룬다.
Ⅱ. 배출권거래제 개요
2015년, 국내 ETS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을 근거로 아시아 최초로 도입되었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25).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취소에 관한 지침」(환경부, 2023b)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125,000tCO2eq 이상이거나 혹은 사업장의 경우 25,000tCO2eq 이상이면 할당대상업체로 지정한다. 이들 업체/사업장에 각 계획기간별로 배출허용량이 부여되고, 해당 업체/사업장은 할당된 배출권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업은 자신의 온실가스 배출활동을 조절하면서 한국거래소(KRX; Korea Exchange)를 통해 배출권 여유분(부족분)을 타 업체를 통해 판매(매입)함으로써 배출허용량을 준수한다(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25).
국내 ETS는 5년 단위 계획기간으로 운영되며 제1차 및 제2차 계획기간은 제도의 도입 기간으로서 3년 단위로 운영되었다. 배출권 할당과 관련하여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제도의 안착을 위해 전량 무상할당을 적용하였으며, 할당방식은 과거배출량기준(GF; Grandfathering)을 중심으로 하되 일부 시설에서는 배출효율기준(BM; Benchmark) 방식을 통해 배분되었다(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24).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는 배출권 중 3%에 대하여 유상할당을 적용하였으며, 할당방식에서도 BM 대상을 확대하였다(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25). 다만, 유상할당을 적용하더라도 수출입 비중이 높은 업종과 온실가스 다배출업종 등 탄소누출의 위험이 있는 경우 전량 무상할당을 유지하였다.2) 구체적으로, 무역집약도3)나 생산비용발생도4) 중 하나가 30% 이상이거나 무역집약도가 10% 이상이고 동시에 생산비용발생도가 5% 이상인 업종이 유상할당에서 제외되었다(기획재정부·환경부, 2019).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는 2030 NDC 달성을 위해 유상할당 비율을 10%로 높이고 할당방식도 BM할당을 더욱 확대하였다(기획재정부·환경부, 2024;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25). 한편, 유무상할당을 판단하는 기준도 변경하여 무역집약도와 비용발생도를 곱해 0.002이상인 업종만을 유상할당에서 제외하였다(환경부, 2023a; 기획재정부·환경부, 2024).
유상할당은 무상할당과 달리 정부가 할당대상업체에 사전 할당하는 배출권의 일정 부분을 경매를 통해 구매하게 하는 제도이며, 기업 간의 잉여·부족 배출권의 매매는 2차 시장인 KRX에서 이루어진다. 정부에서는 유상할당을 시장 기반 감축의 핵심적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낮은 유상할당 비율로 인하여 기업에 배출권이 과잉 할당되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였다고 진단하였다. 이에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에 발전부문과 발전외 부문에 대해 차등화된 유상할당 비율을 적용하고 발전부문의 경우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50%까지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기획재정부·환경부, 2024; 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유·무상할당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무상할당 자체는 시장이 일정한 조건을 만족할 경우 한계비용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의사결정은 차이가 없게 된다는 것이 ETS와 관련한 기본 이론 모형의 결과 중 하나이어서 반론도 적지 않다.5) 이처럼 ETS의 유상할당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정책설계 실무에 있어서나 학술 연구에 있어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기에 실증자료를 근거로 한 분석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다음 장에서 소개하겠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유상할당에 대한 효과를 주로 시나리오 분석 위주로 살펴보았기에 실제 미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단위의 행태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Ⅲ. 선행연구
기존에 국내 ETS의 효과에 대해 분석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주로 환경·경제적 성과에 미친 영향을 기업과 산업 부문에 대하여 분석한 사례가 많다. 특히, 국내 선행연구는 주로 ETS 도입과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 그리고 산업과 기업 성과에 관한 실증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유종민 외, 2017; 손인성, 2019; 이영지·윤순진, 2022; 김선화·정용기, 2022; 모정윤, 2024; 이휘선, 2025). 유상할당의 효과에 관한 정량분석도 일부 수행된 바 있으나 대부분 시나리오 분석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임동순(2012)은 국내 ETS가 도입되기 전에 50% 유상할당을 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부문에서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재윤 외(2024)의 연구는 산업연관표를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 분야의 유상할당 비율 확대 시나리오를 분석하였다. 특히, 유상할당 확대가 해당 산업 및 연관 산업의 산출액에 미치는 비용 변화를 추정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탄소집약도가 높은 업종에서 비용 부담이 크고, 수출업종에 해당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전기·전자 업종은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정창우·김진수(2025)는 연산가능일반균형(CGE;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모형을 기반으로 전력 부문을 발전기술별로 세분화하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유상할당 비율을 고려하여 9개의 시나리오를 분석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할수록 탄소 배출량은 최대 –26.1%까지 줄어들지만, 거시경제지표에는 부정적인 영향(생산과 수출의 약화, 전력요금 상승)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DP가 최대 -1.6%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해외 연구도 국내 연구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EU ETS가 산업 및 기업 재무성과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증연구가 주류를 이루었다(Marin et al., 2018; Löschel et al., 2019; Klemetsen et al., 2020; Colmer et al., 2025). 더불어 EU ETS에서 무상할당 축소와 경매방식의 확대가 산업 및 기업 성과에 미친 효과에 관한 실증연구도 등장하고 있다. Dechezleprêtre et al.(2023)은 프랑스, 네덜란드 등 4개국 자료를 사용하여 매칭-이중차분법(matching-DID)과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규제 대상 시설의 배출량 감소를 발견하였다. 특히, 대규모 시설일수록 배출량의 감축 효과가 크게 나타났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무상할당이 기업에 과도하게 많을 경우 배출 감축 유인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ordignon and Gamannossi degl’Innocenti(2023)는 제도 강화가 기업의 환경적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특히, 유상할당 배출권을 구매하는 1톤당 약 0.5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났음을 밝혔다. Guerriero and Pacelli(2023)는 이중차분법을 통해 무상할당이 축소된 산업군에서 무상할당이 유지된 산업군에 비해 배출집약도가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기존 공장들이 직접적으로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유인은 적지만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한편, Lehmann and Schleich(2025)는 경매 비중 확대에 따른 기업의 추가적 탐색 비용이 경매방식 자체의 긍정적 효과에 의해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였다. Böning et al.(2023)은 2000~2016년까지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경적 성과와 경제적 부작용이 공존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EU ETS가 탄소 배출의 추가적 감축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일부 산업(EU 내 규제 산업)에서 경쟁력 저하, 생산 감소, 탄소누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중국에서도 EU ETS와 비슷하게 배출권거래제 경매방식에 관한 연구가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매방식이 배출권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연구(Ji et al., 2021), 다른 할당 방식과 대비하여 비효율적인 시장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밝힌 연구(Peng et al., 2022), 경매방식이 기업의 녹색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지 못한다고 밝힌 연구(Yang et al., 2023) 등 경매방식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밝힌 연구들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기존 연구들을 조사해 본 결과, 국내 연구들은 주로 ETS 도입 자체의 효과를 산업 및 기업 수준에서 분석하였고, 유상할당과 관련한 연구는 대부분 시나리오 분석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반면, 해외 연구에서는 기업 데이터를 활용하여 무상할당 감소와 경매방식 확대의 영향을 분석한 사례들이 있으나, 분석결과가 ETS 운용지역이나 사용한 데이터, 방법론에 따라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 연구는 기존 연구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ETS에서 유상할당 비율 변화가 기업의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유상할당을 변수화한 데이터와 기업 수준의 패널자료를 활용하여 유상할당 제도의 효과를 분석한 실증분석이라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점을 둔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 ETS 정책설계에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Ⅳ. 분석자료 및 분석방법
1. 분석자료
본 연구는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 National GHGs Management System), 배출권등록부 시스템(ETRS; Emission Trading Registry System)과 상쇄등록부 시스템(ORS; Offset Registry System) 그리고 NICE평가정보(주) 제공 자료인 VALUE-SEARCH와 KIND를 사용하여 기업 단위 패널자료를 구축하였다. 분석대상 기간은 ETS가 시행되기 시작한 2015년부터 할당대상 기업들의 배출권 자료와 재무제표의 이용이 모두 가능한 가장 최근 시점인 2023년까지로 하였다.
NGMS는 국가 온실가스 저감 정책과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화한 시스템으로, 2011년부터 매년 명세서 주요 정보를 업체·지역·업종별로 구분하여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자료를 제공한다. 이 중 업체 배출량 자료를 연구에 활용하였다. 해당 자료는 연도별 직접 배출량과 간접 배출량을 합산한 값으로써, 제3의 검증수행기관의 검증을 통해 제공된다. 단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tCO2eq이고, 에너지 사용량은 TJ(Tera Joule)이다. ETRS ORS에서는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의 배출권 거래 및 변동 내역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배출권 총수량, 사전할당량, 인증배출량, 배출권 이월량, 조기감축실적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자료 중 사전할당 자료는 매년의 부문, 업종, 업체명, 유상여부, 사전할당량(tCO2eq)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가할당 내역은 부문, 업종, 업체명, 추가할당량(톤)이 포함되며, 할당취소 내역은 부문, 업종, 업체명, 할당량취소량(톤)이 포함된다. 본 연구에서는 ETRS ORS에서 기업별 사전할당량 정보공개 자료에 있는 유상여부 정보에 따라 각 기업의 유상할당 비율 자료를 계획기간별로 구축하였다.
NGMS에 따르면, ETS 참여기업은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631개,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 675개, 제3차 계획기간 일부(2021~2023년)에서 807개이다. 이 중 상장기업은 계획기간별로 각각 209개, 226개, 241개이다. 제1차 기간부터 제2차 기간까지 지속 참여·상장기업 수는 201개이며, 제2차 기간 때 신규 진입하여 제3차 기간까지 지속 참여·상장기업 수는 22개이다.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은 배출권거래제의 제1차 기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할당대상업체이면서 유가증권시장(KOSPI) 혹은 코스닥(KOSDAQ)에 상장된 185개 기업과 제2차 때 진입하여 지속 참여한 상장기업 22개 기업 등 총 207개 기업이다. 두 집단을 합친 불균형 패널(unbalanced panel)자료를 구축하여 분석하며, 추가 모형에서는 두 집단을 구분하여 추정하고자 한다. ETS 참여기업 및 분석대상 기업 수는 <표 1>에 정리하였다.
<표 1>
분석 대상 기업
| 계획기간 |
전체 참여기업 | 상장기업 |
제1차~제2차 지속 참여·상장기업 |
제2차~제3차 지속 참여·상장기업 |
제1차~제3차 지속 참여·상장기업 |
|
제1차 (2015~2017년) | 631 | 209 | 201 | - | 185 |
|
제2차 (2018~2020년) | 675 | 226 | 22 | ||
|
제3차 (2021~2023년) | 807 | 241 | - |
유가증권시장(KOSPI) 혹은 코스닥(KOSDAQ) 상장기업만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공시된 기업재무 변수를 활용하여 표본의 신뢰성을 높이고, 누락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재무 변수의 관측치가 일부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여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ETS에서 유상할당 비율 확대가 기업의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해당 집약도를 종속변수로 하는 패널자료를 구축하였다. 에너지집약도는 NGMS와 VALUE-SEARCH, KIND를 토대로 분석 대상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에너지 사용량 비율의 로그 변환값으로 구축하였다. 탄소집약도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분석 대상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율로 구축한 후 로그 변환하여 활용하였다. 매출액을 분모로 활용함으로써 생산액 대비 에너지 및 배출 효율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는 기업의 단위 생산당 에너지 효율 혹은 배출 효율을 의미하기에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집약도가 낮다면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보다 적은 에너지로(혹은 적은 탄소만 배출하면서) 생산이 이루어짐을 뜻한다.
2. 분석방법
본고에서는 개별기업의 관찰되지 않은 특성과 시간(연도)에 따라 관찰되지 않은 공통의 영향을 통제하는 이원고정효과(TWFE; Two-way Fixed Effects) 모형을 이용하여 유상할당 비율의 변화와 기업의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 간의 관계를 추정하고자 한다. 이에 따른 기본회귀식은 아래 식(1)과 같다.
는 번째 기업의 년도 에너지집약도 혹은 탄소집약도를 의미하며 는 번째 기업의 년도 유상할당 비율을 나타낸다. 는 통제변수 벡터로 기업의 특성변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의 특성변수에는 수익성, 재무구조, 기업규모, 성장성, 업력, 감축부담 등과 관련한 지표들을 포함하였다. 수익성 관련 지표로는 ROA(총자산이익률)와 영업이익률을, 재무구조 관련 지표로는 부채비율을 사용하였다. 기업규모 관련 지표로는 재무제표상의 자산 값을 사용하였고, 성장성 관련 지표로는 매출액 증가율과 총자산회전율, 고용증가율을 변수에 포함하였다. 업력은 기업이 설립된 이후 영업활동을 지속한 기간(연도 단위)이며, 감축부담은 계획기간별로 유상할당 비율도 달라지지만 총배출허용량도 달라짐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의 차이가 있음을 반영하기 위해 저자들이 만든 변수이다. 감축부담 변수의 구체적인 산식은 <표 2>에 있으며, 기업별로 체감하는 ETS 정책 강도(policy stringency)를 반영한다. 이 외에도 연구자가 관측하지 못하는 체계적인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기업별 고정효과()와 연도별 고정효과()도 포함하였다. 표준오차는 기업 단위의 군집화된 표준오차(clustered standard errors)를 적용하여 유의수준을 분석하였다.
한편, ETS 계획기간별로 신규 진입한 기업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제1차 계획기간부터 참여한 기업과 제2차 계획기간부터 포함된 기업들 간의 이질성을 감안하기 위해 추가로 분석대상을 어느 계획기간부터 참여하였느냐에 따라 나누어 이원고정효과모형을 실행하였다. 회귀식은 식(1)을 공유하되 제1차 계획기간부터 제3차까지 지속 참여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분석(추가 모형 I)과 제2차 계획기간부터 진입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분석(추가 모형 II)을 추가하였다. ETS에 진입한 시기에 따라 기업군을 분리하여 분석을 진행한 이유는 제1차 계획기간부터 진입한 기업들과 제2차 계획기간부터 진입한 기업들 간에는 생산방식이나 시장에서의 지위 등이 이질적일 수 있어서 각 특성변수의 영향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할당대상 업체의 기준은 계획기간별로 차이가 없더라도 제1차 계획기간부터 진입한 기업은 제2차 계획기간에 진입한 후발기업보다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이 다를 수도 있다. 각 모형에 적용되는 변수의 산출방식은 <표 2>에 요약하였고, 각 변수의 기초통계량은 <표 3>과 같다.
<표 3>에서 유상할당 비율 변수의 기초통계량을 확인한 결과 최대값은 10%, 최소값은 0%, 평균은 1.5%으로 나타났다. 유상할당 비율 변수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본고의 유상할당 비율 변수는 사전할당량 중 경매로 할당받을 수 있도록 분리되는 할당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개별 기업이 실제 경매에서 구매한 배출권이 기업별 할당된 배출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니다. 즉, 사전적 의미의 할당비율이며, 경매의 결과 결정된 사후적인 유상할당의 비율은 아님을 밝힌다.
<표 2>
변수 설정
<표 3>
기초통계량
Ⅴ. 분석결과
기본 모형인 식 (1)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 <표 4>와 같다. 먼저 (1)과 (2)열은 종속변수로 로그 에너지집약도를, 제(3)과 (4)열의 경우는 로그 탄소집약도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이다. 제(1), (3)열의 경우 이원고정효과 회귀분석 하에서 기업의 수익성 지표 중 총자산이익률(ROA)을 활용하여 추정된 계수이며 (2), (4)열은 영업이익률을 활용하여 추정한 결과이다. 두 변수는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변수로 서로 간의 상관계수가 0.553으로 비교적 높다. 실제로 두 변수를 함께 포함한 경우와 하나만 포함한 경우의 추정결과에 차이가 크게 나타나 다중공선성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분해 분석하였다. 분석에 공통으로 활용된 통제변수로는 부채비율, 매출액 증가율, 총자산회전율, 고용증가율, 자산 로그값, 감축부담 등을 포함하였다.
<표 4>
TWFE 기본 모형 추정결과
주 1) 변수설정 및 산출방식은 <표 2>를 참조
분석 결과, 유상할당 비율이 1%p 증가할 때 에너지·탄소집약도가 5% 유의수준에서 약 1.5~1.8% 증가하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속변수와 통제변수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에너지집약도에서나 탄소집약도 모두에서 계수값의 크기까지 거의 유사하게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집약도에 미치는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하였고, 총자산이익률(ROA)과 고용증가율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영업이익률, 매출액 증가율, 자산, 총자산회전율, 업력은 지표별 계수의 크기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기업의 수익성 지표 선택과 관계없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음(-)의 관계가 확인되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1%p 증가하는 경우 에너지집약도는 약 0.6%, 탄소집약도는 약 0.5%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1%p 증가하는 경우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는 약 0.5~0.6% 감소하였으며, 자산이 1% 증가할 때는 두 집약도 모두 약 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자산회전율의 경우, 한 단위(1%p) 증가할 때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가 약 0.4~0.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업력은 1년 증가하는 경우 에너지집약도는 약 2.8%, 탄소집약도는 약 3.4%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감축부담의 경우, 양(+)의 관계가 나타났는데 감축부담이 1%p 증가할 때 두 집약도는 0.0008~0.0009%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인과성보다는 상관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ETS 계획기간별 진입기업 간 이질성을 고려한 추가 모형의 결과는 <표 5>와 <표 6>에 정리하였다. <표 5>에는 제1차 계획기간부터 3차까지 지속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분석결과를, <표 6>에는 제2차 계획기간에 신규 진입하여 제3차까지 지속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분석결과를 요약하였다. 추가 모형 I에서는 유상할당 비율을 포함한 독립변수들의 계수가 기본 모형과 매우 유사하게 추정되었다. 이는 기본 모형의 관측치가 대부분 제1차 계획기간부터 진입한 기업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표 5>
TWFE 추가 모형 I 추정결과(제1차 계획기간부터 진입한 기업)
주 1) 변수설정 및 산출방식은 <표 2>를 참조
추가 모형 II에서는 기본 모형과 차이가 나타났는데 우선 유상할당 비율은 음수로 추정되었으나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수익성 지표는 ROA나 영업이익률 모두 통계적 유의성이 거의 없었으며, 탄소집약도에 대해서만 ROA가 양수로 약하게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1%p 증가할 때 두 집약도가 0.03~0.0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매출액증가율과 자산은 통계적 유의성을 가지지 못하였다. 고용증가율은 1%p 증가할 때 두 집약도가 약 0.6~0.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총자산회전율의 경우, 한 단위(1%p) 증가할 때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가 약 0.8~0.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업력은 1년 증가하는 경우 에너지집약도는 약 6.1%, 탄소집약도는 약 5.3%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되었으나 통계적 유의성이 약하였다. 감축부담은 1%p 증가할 때 두 집약도는 0.8%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제2차 계획기간에 진입하여 제3차까지 ETS에 유지된 기업의 경우 제도 도입 때부터 진입한 기업들과 특성에 따른 집약도 반응이 다를 수 있음은 이미 상술하였다. 또한, 관측치 수도 충분치 않다는 점도 결과 해석 시 함께 고려할 부분이다.
<표 6>
TWFE 추가 모형 Ⅱ 추정결과(제2차 계획기간부터 진입한 기업)
주 1) 변수설정 및 산출방식은 <표 2>를 참조
본고는 <표 4>부터 <표 6>까지의 추정결과에서 유상할당 비율과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자 하였다. <표 5>와 <표 6>은 관측치를 분할하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표 4>의 기본 모형 결과가 해석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상할당 비율의 계수는 기본 모형과 추가 모형 I에서 양수로 추정되었고, 제2차 계획기간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추가 모형 II에서는 음수로 추정되었으나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이는 ETS 시장 진입시기에 따라 할당대상 기업들에게 있어 유상할당 비율과 집약도 사이의 관계에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를 좀 더 논의하자면, ETS 제도 초기부터 진입한 기업들은 유상할당 비율이 1%p 증가하는 동안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는 유의미하게 평균적으로 1.5~1.8% 증가하였다. 국내 ETS에서 제1차 계획기간에는 유상할당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상할당을 적용하기 시작한지 5년 남짓 지난 비교적 단기적인 효과는 기업의 에너지 및 배출 효율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부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분석기간 중간에 포함된 COVID-19의 효과도 일정 부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COVID-19 기간에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ETS에서 요구하는 배출한도를 맞추는 데에 상대적으로 큰 비용이 들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 한편, 제2차 계획기간에 진입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음수의(유상할당 비율이 증가하면 집약도가 개선되는) 관계가 나타났으나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는 결과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를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해당 집단의 관측치가 66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는 좀 더 데이터가 축적된 다음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여타 통제변수들과 관련해서는 기본모형에서 전반적으로 기업의 규모나 수익성, 업력에 대한 변수의 부호가 대체로 음(-)으로 추정되었으며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자산회전율의 계수는 모든 모형에서 일관되게 음(-)의 추정치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규모와 수익성이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영업활동의 경험이 축적된 기업일수록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즉, 기업의 성장성과 영업 효율성(수익성)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혹은 탄소배출)에서의 효율성도 제고되는 방향으로 기업이 진화함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Ⅵ. 결 론
본 연구는 제4차 계획기간을 앞둔 시점에서 지금까지 국내 ETS의 유상할당 비율 확대가 기업의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국내 ETS에 제1차 계획기간부터 제3차까지 지속적으로 포함된 185개 기업과 제2차부터 신규 진입한 22개 기업 등 총 207개 기업단위의 미시패널데이터를 구축하였다. 이원고정효과 모형으로 실증분석을 진행한 결과, 유상할당 비율이 1%p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및 탄소집약도는 평균적으로 1.6~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2차 계획기간부터 참여한 기업들은 유상할당 비율 계수가 음수로 추산되었으나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또한, 감축부담 변수의 계수는 값이 크지 않았지만 명확한 양의 상관성을 보였다. 즉, 감축부담이 클수록 해당 기업의 집약도가 높았음을 말한다.
이러한 실증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유상할당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ETS 배출총량 제한에 더해 추가적으로 기업의 에너지 사용이나 탄소배출에서 효율성을 유도한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유종민·이서진(2025)의 논의와 맥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논의를 좀 더 확대한다면 선행연구에서는 ETS 할당기업들의 집약도 개선,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투자가 원활하지 않았던 점을 배출권의 과잉공급과 연결지어 분석하기도 하였다(유승직 외, 2025; 국회예산정책처, 2025).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ETS 시장의 배출허용총량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관측치 수가 작은 제2차 계획기간에 진입한 기업들의 유상할당 비율 계수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으나 음수로 나와 앞으로 ETS 시행기간이 길어지고 좀 더 데이터가 축적된 뒤 후속 분석을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도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우선 집약도는 기업의 생산방식과 원료 등에서의 변화를 아우르는 기업 체질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변화보다는 장기에 걸친 변화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주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여 중장기 효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사전(事前)적인 유상할당 비율과 집약도 간의 관계만을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만약 기업별로 경매를 통해 구입한 배출권 수량까지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유상할당의 사후(事後)적인 효과 내지는 관계를 규명하는 데에도 유용한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부분은 공개된 자료가 없어 본고에서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였으나 후속 연구에서는 해당 자료들까지 확보할 경우 유상할당에 따른 기업의 대응을 좀 더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