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Ⅱ. 자료 및 기초통계량
1. REC 현물가격
2. REC 현물가격 결정요인
Ⅲ. 모형 및 분석 결과
1. SVAR 모형과 충격반응 분석
2. 반사실적 분석(Counterfactual Analysis)
Ⅳ. 결 론
Ⅰ. 서 론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이하 REC) 시장은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규제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 기반 구조를 갖는다. 특히 REC는 발전회사(의무공급자)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법적 의무와 연계되어 거래되며, 정부가 인증서를 발행하고 민간 주체가 이를 거래한다는 점에서 준시장적 특성을 갖는다. 이로 인해 REC 현물가격은 단순한 수급 균형뿐 아니라 정부 정책, 시장 참여자의 기대, 전략적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REC 현물가격은 계약시장의 벤치마크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며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2023년 하반기 이후 REC 현물가격이 8만 원을 초과하면서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고, 현물시장 중심의 거래 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1)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REC 가격 결정 메커니즘, 즉 수급 불균형, 시장 참여자의 전략적 행태변화, 거래구조의 내생적 조정 등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실증 기반의 정책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REC 가격 변동의 원인을 주로 수급 요인에 기반하여 설명해 왔으며, 초과공급량이나 RPS 의무량 등 정태적 펀더멘털의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이철용, 2015; 이성희 외, 2023; Li et al., 2023).2) 그러나 이러한 분석들은 대부분 정태적 관점에 기반하고 있으며, REC 시장의 이원적 구조(현물시장과 계약시장의 병존), 시장 참여자의 전략적 행태 변화, 거래구조의 내생적 조정 등이 가격 형성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초과공급이 확대될 경우 가격 하락에 더해 현물시장 유동성의 축소를 유발하고, 이는 장기계약 선호의 증가, 거래경로 선택의 변화 등 시장구조 전반의 동태적 조정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과공급과 거래비중 간의 상호작용, 이들이 REC 가격에 미치는 동학적 경로를 실증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다.
본 연구는 2014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의 월별 자료를 활용하여, 초과공급, 현물시장 거래비중, REC 현물가격 간의 내생적 상호작용을 구조적 벡터 자기회귀모형(Structural Vector Autoregression, SVAR)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1) REC 현물가격, 초과공급, 현물시장 거래비중 간의 내생적 상호작용 존재 여부, (2) 초과공급 충격이 거래구조를 매개로 REC 가격에 미치는 간접효과의 정량적 평가, (3) 2023년 가격 급등의 원인에 대한 실증적 규명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는 단순히 가격 결정 요인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구조의 동태적 조정 메커니즘이 가격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식별함으로써, 보다 정교하고 효과적인 제도 설계를 위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한다. 특히 현물시장과 계약시장이 병존하는 이중구조 하에서 거래 경로 선택이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함으로써, 기존의 공급 중심 접근을 보완하는 거래구조 기반의 정책 설계 필요성을 제안한다. 이는 향후 REC 시장 설계에 있어 공급조절 정책뿐만 아니라, 시장 유동성 확보, 참여자 행태변화에 대응하는 구조적 조정 장치 설계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반사실적(counterfactual) 분석을 적용하여 초과공급 충격의 간접효과를 계량적으로 추정하였으며, 초과공급 수준이 2021년 6월과 동일하게 유지되었을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설계하였다. 추정 결과, REC 현물가격, 초과공급, 현물시장 거래비중 간에는 유의미한 내생적 상호작용이 존재하며, 특히 초과공급은 현물시장 거래비중을 매개로 REC 가격에 2차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만 원을 초과한 2023년 9월의 REC 현물가격은 초과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을 경우(반사실적 시나리오) 약 5만 원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되어, 2023년 이후의 가격 급등이 초과공급의 축소 또는 초과수요의 발생에 기인하였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의 결과는 단순한 REC 공급량 확대만으로는 가격 안정화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초과공급의 간접효과는 공급량 변화가 시장 참여자의 행태 및 전략에 영향을 미침을 의미하므로, 이들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이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Ⅱ. 자료 및 기초통계량
1. REC 현물가격
[그림 1]의 실선은 201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의 REC 현물가격 변동 추이를 나타낸다.3) REC 현물시장의 초기에는 제도적 불확실성과 제한적인 거래 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격이 형성되었으며, 2017년 4월 양방향 입찰제 및 SMP+REC 20년 장기고정가격계약의 도입 이후 현물가격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021년 10월을 기점으로 가격이 반등하였고, 2023년 이후에는 8만 원까지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RPS 제도가 미성숙한 시기에는 REC 현물가격의 적정수준에 대한 추정이 어려워 비합리적인 투자나 투기적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최근의 높은 수준의 REC 가격 역시 수급 요인 등 시장 펀더멘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버블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에 따라 우리는 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이며 폭발적인 경향을 보이는 시기를 식별하는 방법을 통해 REC 가격에 내재된 버블의 존재 여부를 검증한다.
Phillips et al.(2011)는 자산가격의 버블을 포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확장되는 ADF 회귀에 기반한 검정을 제안하였다. 이들은 각 구간별로 산출된 ADF 통계량의 최댓값(sup)을 활용하여 버블의 존재를 판별하였으며, 전통적인 단위근 검정에서의 대립가설인 정상성(stationarity) 대신, 우측단 대립가설(right-tailed alternative hypothesis)을 채택함으로써 급격한 가격 상승을 수반하는 비정상적 과정을 식별하고자 하였다. 전체 표본 기간을 시간 축 기준으로 [0,1] 구간으로 정규화한 후, 시작점을 고정하고 표본을 순차적으로 확장하는 방식(forward expanding window)을 적용하여 SADF(sup Augmented Dickey-Fuller) 통계량을 산출하면, 단일 버블의 존재 여부를 검정할 수 있다.
한편, 복수의 버블이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하기 위해, Phillips et al.(2015)은 SADF 검정을 일반화한 GSADF(Generalized SADF) 검정을 제안하였다. 이 방법은 시작점 역시 유동적으로 변화시켜 다양한 구간에 존재할 수 있는 복수의 버블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며, 각 시점에서의 버블 발생 여부를 보다 정교하게 포착할 수 있는 BSADF(Backward SADF) 통계량 또한 함께 활용된다.
[그림 1]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초록색 점선은 GSADF 검정 통계량의 시계열적 변화를 나타내며, 중간의 빨간 점선은 95% 유의수준에서의 임계값을 의미한다. 음영 처리된 구간은 REC 현물가격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가격 버블이 존재한 것으로 판단되는 기간을 나타낸다. 추정 결과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의 기간 동안 REC 가격이 내재 가치로부터 유의하게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해당 시기에 일시적인 가격 과열 또는 투기적 수요의 유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REC 현물시장 개설 이후 통계적으로 식별된 버블 발생은 이 시기에 한정되어 있으며, 이러한 점은 해당 현상이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성격의 사건임을 시사한다. 이는 전반적으로 REC 가격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시장의 펀더멘털에 기반하여 형성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근의 REC 현물가격 상승에 대한 해석은 시장의 수급 여건이나 제도적・구조적 요인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2. REC 현물가격 결정요인
REC 현물가격의 주요 펀더멘털로는 수급 상황이 있다. 실제로 2020년 REC 가격이 4만 원 이하로 하락한 배경에는 공급 과잉이, 반대로 2023년 이후 8만 원 수준까지 급등한 배경에는 초과수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4) 선행연구인 Li et al.(2023)에서도 REC 누적 초과공급량이 REC 현물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REC 현물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설명 변수로 초과공급을 사용한다. 정확한 초과공급량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REC 발행량 뿐 아니라 이월(banking) 및 차입(borrowing) 물량을 포함한 누적공급량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월 및 차입에 대한 가용 데이터의 부재로 본 연구에서는 REC 발행량과 계약량을 활용하여 초과공급에 대한 대리변수(proxy)로 사용한다. 이월 및 차입 물량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 측정오차(measurement error)는 있겠지만 REC 발행량과 계약량의 차이를 초과공급의 근사치로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REC 발행량의 로그값에서 계약시장과 현물시장에서의 총 거래량(계약시장과 현물시장 거래량의 합)의 로그값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초과공급 지표를 산출하였다. 이때 총 거래량(총계약량)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장 균형점에서 관측되는 값으로, 초과공급 상태에서는 수요량을, 초과수요 상태에서는 공급량을 반영한다. REC 발행량과 거래량이 모두 증가하는 구조적 추세 아래에서는 단순한 절대 차이 값만으로는 수급 균형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본 연구에서는 로그 차이를 활용하여 공급 대비 수요의 비율적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표현하였다. 해당 지표는 0보다 크면 초과공급, 0이면 수급 균형, 0보다 작으면 초과수요 상태를 의미한다.5)
[그림 2]에 제시된 실선은 이 지표의 시계열 추이를 나타낸 것으로, 2014년 이후로는 초과공급이 점차 축소되는 경향을 볼 수 있으며, 특히 2021년과 2023년에는 음(-)의 값을 보여 초과수요 상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REC 현물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본 연구는 전체 거래량 중 현물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한다. REC 시장은 장기 고정가격에 기반한 계약시장과 실시간 가격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물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시장 간의 상호작용이 가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이서진・유종민(2025)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REC 발행량이나 RPS 의무량과 같은 전통적인 수급 요인은 REC 가격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전체 거래량 중 현물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격 변동을 유의미하게 설명하는 변수임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REC 현물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체결된 기존의 계약시장 거래를 회피하고,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현물시장으로 거래를 이전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6) 이와 같은 쏠림 현상은 현물시장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현물가격의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물시장 비중은 REC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가격 수준 또한 현물시장 참여 유인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기능함으로써, 양방향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문헌에서는 REC 현물가격과 현물계약 비중 간의 내생적 상호작용 가능성, 더 나아가 초과공급과 가격 간의 이중적 인과관계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REC 현물가격, 시장 초과공급, 현물시장 거래비중 간의 상호 내생적 관계를 구조적으로 고려한 분석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변수 간의 동태적 인과효과를 구조적 벡터자기회귀모형(Structural Vector Autoregression, SVAR)을 통해 식별함으로써, 수급 불균형과 시장 구조의 변화가 가격 형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표 1>은 본 연구에서 활용한 REC 현물가격, 초과공급 지표, 그리고 현물시장 비중에 대한 기초통계량을 제시한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데이터는 월별 자료로, REC 현물가격과 거래시장 및 현물시장 거래량은 전력거래소 웹사이트에서 수집하였고, REC 발행량은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를 활용하였다.7) REC 거래량 데이터는 2014년 1월 이후부터 제공되므로, 본 연구의 전체 분석기간을 2014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로 설정하였다. 분석 기간 동안 REC 현물가격의 최고치는 218,038.23원으로 2014년 1월에 기록되었으며, 최저치는 2021년 7월에 29,542원으로 나타났다. 세 변수에 대해 단위근 검정을 실시한 결과, 모두 1% 유의수준에서 단위근 존재에 대한 귀무가설이 기각되어 안정적인 시계열임을 확인하였다.
Ⅲ. 모형 및 분석 결과
1. SVAR 모형과 충격반응 분석
앞서 설명한 REC 초과공급, 현물시장 거래, REC 현물가격 변수 간의 동태적이고 내생적인 상호작용을 추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SVAR 모형을 사용한다.
[초과공급 지표, 현물시장 비중, REC 가격]’을 포함하고, 는 구조적 충격을 의미한다. 시차(p)는 6으로 설정하였다.8) 모형의 식별을 위해, REC 시장이 정부 규제를 기반으로 한 제도적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제약을 설정한다.
첫째, REC 초과공급은 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정부의 가중치 설정, RPS 의무량 등과 같은 정책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구조적으로 외생적인 변수로 간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초과공급의 변화는 REC 현물가격의 변동에 선행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본 연구에서는 초과공급 변수를 현물가격에 선행하는 외생적 요인으로 가정하였다. 둘째, 시장 참여자들은 초과공급(또는 초과수요) 상황을 토대로 현물시장과 계약시장의 기대수익 격차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방식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을 따른다. 즉, 초과공급으로 인해 변화하는 기대수익 격차가 시장 참여자의 거래 방식 선택에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거래 형태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REC 현물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로 작동한다.9)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는 실현된 가격에 선행하여 반영될 수 있으며, 제도적 제약이나 거래 관행의 변화 또한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현물시장 거래비중은 동기간의 현물가격을 직접 관측하지 않더라도 결정될 수 있는 변수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관계를 반영하여 본 연구는 변수 간 인과 방향성에 기초한 식별 제약을 설정하였다.
[그림 3]은 각 충격에 대한 변수별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그래프의 음영 구간은 Gonçalves and Kilian(2004)이 제안한 wild bootstrap 방법을 이용하여 추정된 ±1표준편차 오차밴드(error band)이다. 첫 번째 행은 log(REC 발행량/전체 계약량)이 0.1 증가하는 충격, 즉 공급량이 계약량에 비해 10% 증가하는 충격에 대한 변수들의 반응을 보여준다. 초과공급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으로 현물시장 거래비중은 감소하고, REC 현물가격 역시 1,000원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실제 제도 운영과도 일치한다. 초과공급이 확대되는 시점에 정부는 주로 계약시장을 통한 공급 확대를 통해 현물시장 유입 물량을 상대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또한, 공급과잉이 발생할 경우 시장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수급 균형에 기반한 경제이론뿐 아니라 실제 REC 시장에서도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특히, 초과공급 충격이 현물시장 거래비중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적인 수급 신호에 따라 거래 행태를 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급과잉 상황에서 REC 수요자들이 가격 변동성에 대한 회피적 성향을 보이며 장기계약 시장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현물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되며 가격의 단기적 반등 가능성 또한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현물시장 내 가격 조정 메커니즘이 수급 불균형뿐 아니라 거래비중 변화에 의해서도 제약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3]에서 초과공급 충격에 대한 현물시장 거래 비중의 5~10개월 후 반응을 살펴보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값을 가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VAR 모형이 단순한 개별 변수의 효과뿐 아니라 REC 초과공급, 현물가격, 거래 비중 간의 상호작용을 동반하여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REC 초과공급이 확대될 경우 정책적 배분(장기계약물량 확대)에 따라 단기적으로 현물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용물량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현물시장 가격 하락이 발생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 지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경과 하면 이월 규정 적용 및 가격 안정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현물시장 참여가 다시 점진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동태적 조정 과정을 통해 현물시장 거래 비중이 5~10개월 구간에서 상승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행은 현물시장 계약 비율이 0.1 증가하는 충격, 즉 전체 계약량 중 현물시장 거래 비중이 10%포인트 확대되는 경우에 대한 충격반응 그래프이다. 이 경우 초과공급은 충격 직후 일시적으로 감소한 뒤 증가하고, 다시 감소하였다가 재차 증가하는 등 비단조적인 조정 경로를 보인다. 반면, REC 현물가격은 현물시장 거래 비중의 10%포인트 확대에 대해 최대 6,000원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반응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전체 계약 중 현물시장 거래 비중의 증가는 REC 현물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수요 확대를 의미하므로,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은 경제적 직관과도 부합한다.
이러한 결과를 해석할 때 유의할 점은, 현물시장 거래 비중이 0.1 증가한다는 것은, 예컨대 현물시장 비율이 0.3에서 0.4로 상승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는 전체 거래의 상당 부분이 현물시장에 집중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큰 폭의 쏠림이 발생할 때 REC 가격이 6,000원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를 초과공급이 약 10% 증가할 때 REC 가격이 1,000원가량 하락하는 경우와 단순 비교하여 ‘현물시장 비중 충격의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은 해석상 적절하지 않다. 다만, 실증 결과는 현물시장 거래 비중의 확대나 초과공급의 감소가 REC 현물가격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편, [그림 3]의 마지막 행 두 번째 그래프는 REC 가격이 1,000원 상승하는 충격에 대해 현물시장 거래 비중이 약 0.003포인트 감소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는 REC 가격 상승이 수요자(공급의무사)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거래 비용 및 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를 높여, 현물시장에서의 거래를 일시적으로 유보하거나 매수 시점을 늦추는 행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부가 가격 안정화 정책의 하나로 장기 계약물량을 확대할 경우, 현물시장에 유통되는 가용물량이 축소되어 결과적으로 현물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여지도 있다.10) 따라서, REC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현물시장 참여를 억제하고 거래 비중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이는 정책적 장기계약 배분과 맞물러 현물시장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메커니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거래 행태적 변수인 거래구조 변화가 시장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우리의 추정결과는 거래구조 변화가 다시 시장가격 변동성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조정장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2. 반사실적 분석(Counterfactual Analysis)
1) 초과공급 충격의 간접효과
앞선 분석을 통해 초과공급 충격이 REC 현물시장 내 거래비중과 현물가격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그림 3]에서 나타난 REC 현물가격의 충격반응은 초과공급 증가에 따른 직접효과와 거래비중 감소를 통한 간접효과가 혼재되어 있어, 이들 효과를 분리하여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간접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초과공급 충격이 시장 참여자의 전략적 행태에 영향을 미쳐 가격 형성과정에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수급 조절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REC 현물가격의 안정화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간접효과에 대한 정량적 분석은 REC 시장 메커니즘의 복합적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를 위해 핵심적인 분석 과제가 되고, 보다 효과적인 정책 대응 방안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간접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Wong(2015)이 제안한 반사실적(counterfactual) 분석 방법을 사용한다. Wong(2015)은 유가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간접효과를 분리・정량화하기 위해 제시하였으며, 이후 Aastveot et al.(2023), Neri(2023) 등 다양한 후속 연구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을 통한 인플레이션 상승의 간접경로 파악에 활용되고 있다. 본 분석에서는 초과공급 충격에 따른 REC 현물가격의 변화 중에서 거래비중 경로를 차단한 반사실적 시나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초과공급 충격의 직접효과만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접근은 간접효과의 존재 여부 및 규모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 가격 형성 과정에서 거래 행태가 수행하는 역할을 평가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위해 식 (1)을 다음 식 (2) 같은 축약형 구조로 나타낸다.
, ,
위 식에서 이고, 이다. 10% 초과공급 증가 대한 j번째 변수의 k기 충격함수 는 다음 식 (3)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는 j번째 행은 1, 나머지는 0을 가지는 selector vector이다.
초과공급 충격이 REC 현물가격에 간접효과를 미치지 않도록 구성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초과공급 충격에 대해 현물시장 거래비중이 반응하지 않도록 해당 계수를 0으로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초과공급 충격 이후의 현물거래 비중 반응을 상쇄할 수 있는 크기의 인위적 충격 시퀀스를 생성하여 해당 경로를 차단하도록 설계한다. 전자는 현물시장 거래비중, 즉 시장 참여자의 행태 변화에 의한 조정이 초과공급 충격에 의해 전혀 유발되지 않는 것으로 모형을 강제하는 방식이며, 이는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반면, 후자는 현물시장 비중의 내생적 반응은 허용하되, 그로 인해 REC 현물가격으로 전달되는 영향을 인위적 충격을 통해 상쇄함으로써 해당 경로만을 제거한다. 이 접근은 시장구조의 현실적 반응을 유지하면서도 간접효과를 직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우위를 가진다.
식 (4)는 반사실적 분석을 위해 초과공급 충격에 대한 현물거래 비율의 반응을 0으로 만들기 위한 현물거래 비중에 대한 충격 시퀀스를 생성하는 방법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반사실적 충격반응 함수는 식 (5)와 같다.
[그림 4]의 실선은 초과공급 충격에 대한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를 모두 포함한 충격반응을 나타내며, 이는 앞서 제시한 [그림 3]의 첫 번째 행 결과와 동일하다. 점선은 반사실적(counterfactual) 시나리오 하에서의 충격반응으로, 거래비중 경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초과공급 충격의 직접효과만을 반영한 결과이다. 따라서 현물시장 거래비중에 대한 충격반응을 보여주는 왼쪽 그래프에서 점선이 0인 것은 반사실적 조건이 효과적으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인위적으로 설정된 충격 시퀀스가 초과공급 충격의 영향을 정확히 상쇄하여 거래비중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4]의 오른쪽 그래프는 REC 현물가격에 대한 충격반응을 제시하며, 점선은 거래비중 경로를 차단한 상태에서의 반응, 즉 직접효과만을 반영한 경우이다. 따라서 실선과 점선 간의 차이는 초과공급 충격이 거래비중을 매개로 REC 현물가격에 미치는 간접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추정결과에 따르면, 초과공급 충격 이후 약 3개월 동안 점선이 실선의 신뢰구간(음영 처리)을 벗어날 정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초과공급 충격이 직접적인 가격효과에 그치지 않고, 시장 참여자의 행태변화와 거래구조를 매개로 가격 형성에 2차적인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거래비중을 통한 간접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단순한 수급 조절 중심의 정책이 REC 시장의 가격안정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정부는 REC 가격안정을 위해 국가 REC 발행을 통한 공급 확대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 왔다. 국가 REC 발행은 공급량을 직접적으로 증가시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현물시장 유입량을 증가시켜 거래비중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REC 가격의 안정화를 위한 정책 설계에서는 공급량의 절대적 조절뿐 아니라, 해당 공급이 어떤 거래경로(현물시장 혹은 장기계약시장)를 통해 시장에 유입되는지에 함께 고려되어야 정교하고 효과적인 시장 개입 전략을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2) REC 현물가격의 반사실적 경로 추정
2023년 REC 현물가격의 급등 현상은 초과수요의 발생 또는 초과공급의 축소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본 절에서는 초과공급 수준이 2021년과 동일하게 유지되었을 경우, 즉 초과공급 축소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가정에서 REC 현물가격의 경로를 반사실적 시나리오를 통해 추정한다. 이를 위해, 식 (4)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2021년 이후 관측된 초과공급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는 인위적 충격 시퀀스를 구성하고, 해당 시퀀스를 모형에 적용함으로써 반사실적 조건 하에서의 REC 현물가격 경로를 산출하였다.
[그림 5]는 REC 현물가격의 실제 변화 추이(실선)와 반사실적 시나리오 하에서 추정된 가격 경로(점선)를 비교한 것이다. 반사실적 시나리오에서는 초과공급 수준이 2021년 6월의 수준에서 유지되어, 초과공급 축소 또는 초과수요 발생이 없는 경우의 REC 가격 수준을 보여준다. 추정결과, REC 현물가격은 실제 경로에 비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23년 9월 실제 REC 현물가격은 8만 원을 초과하였으나, 초과공급이 유지되었을 경우 약 5만 원 초반(51,140원)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실제 가격(실선)과 반사실적 시나리오 간(점선)의 유의미한 차이는, 공급량 부족이 2023년 REC 현물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임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2023년에는 RPS 의무비중의 상향과 RE100 참여 기업의 확대 등으로 REC 수요가 증가하면서 REC 현물가격이 급등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총 5차례에 걸쳐 국가REC를 공급하였으나, 가격 하락은 실현되지 않았고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었다. REC 현물가격 급등이 초과공급의 축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우리의 결과는, 공급 확대를 통한 정부의 대응 방향은 정책적으로 타당하였음을 시사한다. 다만, 국가REC의 공급 규모가 가격 안정화에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초과공급 충격의 직접적인 가격 효과뿐 아니라, 현물시장 내 거래 비중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가격 하락효과가 제한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REC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 설계 시, 공급 조절과 함께 현물시장과 장기계약 시장 간의 연계성, 거래 주체의 전략적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과공급의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정책의 시기와 규모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2014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의 REC 현물가격 데이터를 활용하여, REC 현물가격의 결정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최근 REC 현물가격의 급등은 초과수요의 발생 또는 초과공급의 축소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과공급 충격은 수급 요인으로서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현물시장 내 거래 비중의 변화를 매개로 하여 간접적인 영향도 유의하게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REC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단일한 수급 요인에 의해 설명되지 않으며, 시장 참여자의 거래 전략 변화 및 거래 구조의 동태적 조정과 같은 구조적 경로를 통해 복합적으로 작동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REC 현물가격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급량의 확대나 조절에 그치지 않고, 거래구조의 변화를 함께 고려한 통합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공급정책의 효과는 현물시장과 장기계약시장이라는 거래경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수급 조절뿐 아니라 거래구조의 동태적 반응까지 포괄적으로 반영해야 실질적인 가격 안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거래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시장가격에 과도하게 전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현물시장과 장기계약시장 간의 적정 거래비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거나, 거래비중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계약시장에서 현물시장으로의 전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효과를 내부화하고, 현물시장 유입의 무작위성을 완화하여 단기 가격 충격의 파급을 줄이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 시장 참여자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급계획, 계약물량 배정, 국가 REC 발행 일정, 현물시장 조정 방안 등 핵심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공개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거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거래구조의 급격한 이동을 예방하고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보완하여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과도한 규제 도입은 시장 유동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제도 설계와 정책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